[경상시론]NO 하라고?
상태바
[경상시론]NO 하라고?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먹고 살기 힘든 나라에서는 많은 인구가 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구는 노동력과 소비의 규모를 결정하기에 경제적인 면에서 의미가 크다. 국제 통계 사이트, Worldometer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8일 현재 세계 인구는 약 79억6580만명이다. 1위 중국은 14억4800만명, 3위 미국은 3억3500만명, 일본은 11위로 1억2500만명이다. 한국은 5160만명, 남북 합쳐 772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1%에 근접한다. 국민이 1억명은 되어야 내수 시장이 든든하다는데 남북이 통일하면 좋겠다. 양분되어 서로 낭비하는 국방비 등을 생각하면 통일이 되어야겠다. 무슨 재주로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70~80년대에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는 눈부신 발전을 하고 부럽기 짝이 없이 부유해 졌다. 하와이 땅을 사 들이고 할리우드를 지배하고 미국문화에 왜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지갑이 두둑하면 배짱도 생긴다. 간이 커지면 못할 일이 없다. 1989년에 소니의 창업주 모리타 아키오와 도쿄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공동으로 이라는 책을 썼는데 내용은 ‘할 수 있는(Can)’이 아니라 ‘해야한다(Must)’였다. 1년 만에 20쇄를 찍었고 여러 나라 판으로 나왔다. 미국은 머쓱해졌으나 한방 먹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래 가지 못했다. 바로 이듬해인 90년에 거품이 터졌다. 누가 부푼 풍선에 바늘을 찔렀을까? 증시는 바닥을 치고 금융사는 도산하고 부동산은 반토막이 났다. 제조업도 휘청거렸다. 이를 기다리던 미국의 금융사들은 도쿄 증시 하락에 베팅해 거액을 챙겼다. 길목을 알고 그물을 쳤던 것이다. “재산 손실 비율로 볼 때 1990년의 금융 참패는 제2차 세계대전 참패의 결과와 맞먹는다”는 말이 일본에서 나왔다. 수박은 덩어리가 크는 시간보다도 크고 나서 단 맛이 드는데 더 오래 걸린다. NO라고 말해야 한다고 떠들었을 때 가소롭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차분히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도광양회라며 기죽이고 때를 기다리던 중국이 개방을 하고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놀랍게 변하고 있었다. 1996년에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을 내놨다. 정말로 때가 되었을까? 89년에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고 외국의 제재와 지원을 받으며 위축된 나라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NO를 외칠 때는 아니었던 것이다. 중국보다 잘 나가던 한국이 IMF에 무릎 꿇고 돈을 빌린 때가 97년도 말이다. 중국에서 도농과 빈부의 격차는 두고두고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기술에 뒤쳐진 중국이 지금에 와서 G2라고, 미국을 앞서겠단다. 무슨 재주로? 미국에 소용돌이가 있기는 하지만 자유와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미국이 우리보고 칩4동맹에 들라 하니 중국이 으름장을 놓는다. 미국에 NO 하라 한다. 한국이 칩4동맹에 가입하면 중국으로서는 심한 타격을 입는다. 그러니 애가 탈 것이다. 수년전 싸드(THAAD)를 들여왔을 때 경제적으로 보복을 했던 나라가 중국이다. 이번엔 그보다 더 할 것이라고 겁을 준다. 며칠 전 대만에 무력시위로 보여준 것이 살계경후(殺鷄儆喉)다. 닭의 목을 쳐서 피를 보이며 겁을 준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 간에 큰 교역국이다. 중국의 싼 수입품들이 한국의 물가안정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러나 인건비가 많이 오른 중국이 이제는 매력적이지 않다. 또 어지간한 한국 제품은 중국시장에 경쟁력이 없다. 중국의 간섭과 협박, 보복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 그러니 대체시장을 발굴하고 소신껏 할 일이다.

스스로 NO라고 해보지 못한 한국이다. 남이 시킨다고 해서야 되겠나? 방법은 있다. 신형 거북선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면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바다 속으로도 가고 하늘로, 우주로도 치솟는 거북선 말이다. 조상들이 그렇게 했다. 우리가 해야 한다. 핵무기를 견제할 첨단무기와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한편으로는 한류로 즐기고 돈을 버는 것이다. 벽에 걸린 작은 액자의 글씨가 유난히 크게 보인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