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마음을 전하는 온남 방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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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마음을 전하는 온남 방송제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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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정 온남초 교사

코로나 대유행 속에 정신없이 흘러갔던 1학기가 끝났다. 학생들의 출결 사항에 가장 많은 ‘출석 인정 결석’ 표시를 했던 학기였다. 게다가 여름방학 직전 다시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내달리는 심정으로 방학을 맞이했다. 이렇게 숨 가빴던 7월이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일 하나가 있다. 바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열었던 방송제다.

7월 20일과 21일 이틀간 아침 시간에 학생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형식의 방송제를 진행했다. 6학년 방송부원들이 지은 방송제의 이름은 ‘온남대전’이었다. ‘온남 대신 전해드립니다’의 줄임말로, SNS에서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메시지로 보내면 그 내용을 게시해주는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페이지의 이름에서 빌려온 말이었다. 방송부원들이 직접 ‘온남대전’의 홍보 영상을 제작해 아침 방송 시간에 상영한 덕분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사연이 모여들었다. 4일 간 접수한 사연은 총 115편이었다.

사연에는 코로나도 막을 수 없었던 어린이들의 우정이 담겨 있었다. 처음 전학을 왔을 때 말을 걸어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고집을 부리고 난 뒤 사이가 틀어진 친구에게 전하는 미안함, 처음 월경을 시작했을 때 초콜릿을 건네주고 화장실에 같이 가줬던 친구에게 느낀 연대감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연필로 꾹꾹 눌러써져 있었다. 마스크로 가려져 있던 어린이들의 표정들이 글에서는 다 보이는 듯했다. 모든 사연들이 방송되지 못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방송 담당 선생님, 방송부원들과 함께 회의를 거쳐 고심 끝에 사연 10편을 정하고, 이틀 간 5편씩을 방송에 내보냈다. 단순히 방송 조회를 하듯이 화면을 구성하고 방송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방송 담당 선생님께서 배경음악과 사연에 어울리는 그림까지 준비해주셨다. 방송부원들도 방과 후에 남아 대본 읽기와 카메라 전환을 연습한 덕분에 더욱 완성도 높은 방송이 되었다.

사연이 채택된 학생들에게는 간단한 간식과 보드게임을 선물로 제공했다. 사연에 등장한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였다. 채택되지 않은 학생들이 아쉬워하거나 불만을 가질까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고 같은 반 친구의 사연이 소개되면 함께 기뻐해주었다. 방송이 끝난 뒤 교실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게 느껴졌다.

전교생이 한 곳에 모이는 일이 없는 요즘, 방송제를 통해 오랜만에 모두가 함께 있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사연을 보내고 방송부원들이 방송을 진행하는 등 학생들이 참여해준 덕분에 학기 말에도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서 행사를 해낼 수 있었다. 온남 어린이들에게 ‘온남대전’이 즐거운 추억이 되었길 바라며, 2학기에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서 전교생이 교류하며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민정 온남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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