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37)]대한독립선언서, 민주공화국 염원 결국 실현됐다
상태바
[한규만의 사회와 문화(37)]대한독립선언서, 민주공화국 염원 결국 실현됐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미국의 독립기념일처럼 대한민국에는 8월15일 광복절이 있다. 이 날은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국내와 국외 모든 한민족 백성이 목숨을 내놓고 만세운동과 독립투쟁을 통하여 성취한 결과물이다. 다만 조국의 해방이 우리 한국독립군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둑같이” 슬며시 다가온 것은 나중에 조국분단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 날을 마냥 기쁘게만 즐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금의 국제정세는 소위 군사강대국들에 의하여 약소국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와 공포가 조성되고 있다.

약소국 한국의 독립열망에 대한 집단지성 방책을 보여준 문서가 1919년 ‘대한독립선언서’이다. 올해초 2022년 2월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와 박용만기념재단이 ‘대한독립선언 100년의 날 선포 3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1919년 2월1일에 발표되었다는 ‘大韓獨立宣言書; 대한독립선언서’이다. 이 선언서는 한국독립운동이 분출되던 1919년 2.8독립선언서와 3.1독립선언서와 함께 3대 독립선언서로 꼽힌다. 교민들은 ‘대한독립선언서’가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 수립 및 대한민국 헌법사상의 기초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선언서가 미국에서 발표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남의 나라 땅이 되어버린 만주 길림(지린)성에서 발표되었다. 선언서는 만주 독립투사들이 다수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한 안창호, 박용만, 이승만, 이대위 등을 포함하여 39명이 서명하였다. 이 선언서는 32세의 정치사상가 조소앙(趙素昻)선생이 작성하였다. 우리 독립의 근간인 “섬은 섬으로 돌아가고, 반도는 반도로 돌아오게 할 것”등을 요구하고 한일병합 무효와 무력적 대항을 선포한 내용이다. 선언서는 이렇게 시작된다(한글번역, 우리역사넷): 우리 대한은 완전한 자주 독립과 신성한 평등 복리로 우리 자손들에게 세대를 거듭하여 전하기 위하여 이에 이민족 전제의 학대와 억압을 벗고 대한 민주의 자립을 선포하노라.

‘대한독립선언서’는 미국 ‘독립선언서’ 그리고 3.1독립‘선언서’와 비교하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i) 미국 선언서 서명자는 식민지 대표자들이다. 3.1독립선언서 서명자들은 ‘조선인’임을 밝혔다. ‘대한독립선언서’는 명칭부터 새시대의 주체로서 ‘대한’을 확실하게 넣었다. ii) 3.1독립‘선언서’는 민주공화정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대한독립선언서’와 미국 ‘독립선언서’는 공히 백성이 주인이며 모든 권력은 백성에서 나온다는 민주공화제를 분명히 선언한다. iii) 3.1독립‘선언서’는 독립달성을 위하여 만천하에 알리는 홍보전략으로 ‘비폭력 평화시위’를 채택한다. 반면 미국 ‘독립선언서’는 자연법이론에 따라 식민지인의 독립전쟁을 정당화하고, 영국인에 대하여 전시에는 적으로, 평화시에는 친구로 대하겠다고 주장한다. ‘대한독립선언서’ 역시 독립 방법론으로 ‘무장혈전’을 채택한다: “일어나라, 독립군아. 갖추어라, 독립군아. 세상에서 한 번 죽음은 사람이 피할 수 없는 바이니 개돼지와 같은 일생을 누가 구차히 도모하겠는가. …어찌 일신을 아까워하랴… 육탄 혈전으로 독립을 완성할 지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대한독립선언서’와 미국 ‘독립선언서’는 무력을 용인하고 체제전복적이다. 우리도 ‘독립혁명’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대한독립선언서’의 논리와 방책은 1900년부터 개별적으로 꾸준히 실천되고 있었고 1919년 이후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었다: 만주와 연해주에서 ‘안중근의 히로부미 저격사건’, 신흥무관학교 설립, ‘홍범도의 대한독립군’ ‘김좌진의 대한군정서’ ‘청산리대첩’ ‘윤봉길의 폭탄투척’; 미국에서는 ‘전명운과 장인환의 스티븐스 암살’, 박용만의 ‘한인소년병학교’ 설립 등. 대한민국은 국내외에서 활동한 독립군과 한인들의 피와 희생으로 대한독립을 일구어 내었다.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영어영문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