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화내기’에 대한 고찰
상태바
[경상시론]‘화내기’에 대한 고찰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살다보면 화를 내야 할 때가 있다. 화를 내야 할 때 화를 내지 않으면 바보취급 당하기 쉽고, 화를 내야할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어렵다. 무엇보다 화가 쌓여서 홧병이 나기 쉽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수단과 정도로 화를 잘 내면 쌓여있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류가 수만년을 진화해오며 불필요한 것은 퇴화되었을 것인데도 ‘화내기’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순기능이 있기 때문일진대, 그런 면에서보면, 상황개선과 상황해결이 ‘화내기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내기’에도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니, ‘화내기’의 요령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첫째, 화내기의 목적이 ‘상황개선과 문제해결’이니, 이에 맞추어 상대와 방법을 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를 꼼꼼히 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조용히 웃으며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업무보고를 시키고 업무계획표를 만들게 하는 것이 그 직원에게 욕을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방법일 수 있고, 나에게 모욕감을 준 사람에게 웃으며 유머로 되받아쳐 상대를 무안하게 하는 것이 더 통쾌한 화내기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화내기의 정도를 미리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 정도를 정하지 않은 화내기는 감정에 휩쓸려 자칫 ‘성질 더러운 사람’이 되기 쉽다. 나를 화나게 한 상대가 내가 화났음을 알고 상황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 나의 화내기는 멈추어야 한다. 상대가 상황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내기를 계속’한다면, 이 건 내가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 되고, 상대도 나에게 ‘화내기’를 할 명분을 주게 된다. 이렇게 목적, 방법, 정도를 지킨 이성적 화내기는 화낸 사람의 인격을 낮추지 않고 더 신뢰하게 만든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화내기’를 보면, 이런 목적, 방법, 정도에 대한 고민없이 ‘감정’에 휩쓸려서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의 화내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적도 없고, 방법과 정도에 대한 고민도 없으니, 마치 야만인의 묻지마 공격과도 같다. 이런 화내기는 당연히 안하느니만 못한 화내기다. 그래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찾아가 사과를 하고 스스로 다시 그러지 않아야지 다짐하며 수습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할 용기조차 갖지못한 사람은 ‘자기 합리화’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자기 합리화’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거나, 이도 저도 안되면 자기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로 무리짓기하기도 한다.

화를 낼 상황이 아닌데 화를 내는 잘못을 범하기도 쉽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참 많은 고민을 했는데, 사견으로는 1)예민한 부분이 있거나, 2)교만함에 빠질 때, 화낼 상황이 아닌데 화를 내는 잘못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 두가지 중 우리가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교만함’으로 생기는 ‘잘못된 화내기’이다. 필자 스스로도 정말 많이 느끼는 부분인데, 마음이 겸손하고 나를 낮추고 있을 때는 웬만한 일에도 화가 잘 나지 않는데, 마음이 게을러지거나 무언가 대접받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면 이에 비례해서 화도 늘어나는 것 같다. 얼마 전 익산시 부시장이 택시기사에게 취중에 자신을 대우하지 않는다고 화내는 동영상이 뉴스에 보도되며 물의를 일으켰는데, 이런 것이 대표적인 교만함으로 인한 잘못된 화내기다. 예전 다니던 회사에서도 10년 쯤 고생해서 자리잡은 과장님이 유독 화내기가 많았는데, 속마음은 ‘나 10년 고생했으니 이제 대접 좀 해주오’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부하직원들은 ‘과장님이 돼서 이런 것도 이해못해주나’는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참 진리이다.

필자도 이름에 ‘욱’자가 들어가서인지 몰라도 참 ‘화가 많은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10대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20대 초반에도 화가 나면 앞도 뒤도 위도 아래도 없이 돌격하는 무식함이 있었다. 3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불의를 보면 화부터 내는 것이 ‘멋스러움’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화내기’의 횟수도 줄고, 정도도 약해지는 것 같다. 1)겸손하게 나를 낮추며 화를 낼 상황과 화를 내지 않아야 할 상황을 잘 구별하고, 2)화를 내야할 상황에는 화내기의 목적과 방법, 정도를 고려하여 ‘상황 개선과 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화내기를 한다면 우리 삶이 좀 더 멋스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