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실정에 맞는 레저용 자전거 도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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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실정에 맞는 레저용 자전거 도로 먼저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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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책이 시작된 지 오래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심의 도로폭에 대한 현실적 고려 없이 십수년동안 정부 정책에 따라 숫자상의 자전거도로 확보율만 높이는 탁상행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 우선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등 4가지 도로를 모두 합쳐 자전거도로 확보율을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는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찻길의 일부를 빌려 쓰는 자전거우선도로나 자전거전용차로는 자전거를 타기에 매우 위험하다.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배전함과 가로수 등으로 가뜩이나 좁은 기존의 인도를 반으로 나눠놓기만 해서 현실적으로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문서상의 자전거도로일 뿐이다.

울산시의 경우에는 총 연장 760㎞의 자전거도로 가운데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는 125㎞에 불과하다. 약 70%인 530㎞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이고, 나머지는 자전거우선도로(86㎞)와 자전거전용차로(19㎞)이다. 근래 들어 울산시는 자전거도로 확보율 전국 꼴찌를 면하기 위해 전국 최고 수준의 확충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2015년 12월 기준 2.2%였던 자전거 통행수단 분담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해 2021년 1.6%로 줄어들었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울산시는 자전거통행수단 분담률을 높이겠다며 2027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71억원을 투입해 인프라 개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단계(2023년~2024년)에선 기존 도심 자전거도로 정비에 주력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도로폭이 좁은데다 자동차 보유율은 높고 오토바이 이용자가 많다는 울산의 특징을 고려하면 통행수단으로서 자전거 분담률을 높이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필요성도 높지 않다.

‘2021년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태화강국가정원 태화루 부근이 주 운행지역으로,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은 레저형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행수단이 아닌 레저로 자전거를 즐긴다는 것이 울산의 특징이라면 71억원을 들여 자전거 통행수단 분담률을 2027년 1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은 또 탁상행정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울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산­바다­강을 잇는 레저용 자전거 길을 전국에서 가장 잘 만든다면 시민들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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