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일의 말레이시아통신(30)]독창성과 다양성을 간직한 말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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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일의 말레이시아통신(30)]독창성과 다양성을 간직한 말라카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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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일 NCN 전문위원 전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는 말레이시아 날씨와 흡사하다. 일출 전의 온도가 제일 낮고 그 후로 기온이 상승한다. 여름철에나 볼 수 있는 뭉게구름을 그곳에서는 연중 내내 볼 수 있다. 같은 기후는 유사한 자연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상하(常夏)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피서가 없다. 피서란 사계절(四季節)이 있는 나라에서 즐기는 문화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소득이 높고 인프라가 잘되어 있고 치안이 좋아 여행하기 좋은 나라이다. 그러나 아직 외국인들을 위한 여행상품이 잘 개발되어 있지 않다. 관광산업이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해상교통의 요충지인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 말라카는 쿠알라룸푸르와 더불어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훨씬 오래되었고 많은 유적을 가지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도시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한다면 1박2일 정도의 일정으로 말라카에 머물기를 권한다.

말라카 여행의 중심은 네덜란드 광장이다. 말라카 강이 해협으로 흘러가는 약간 하류 쪽을 중심으로 해 옛 도시가 형성돼 있다. 모든 건물이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옛 총독 관저였던 스타이더이스, 그리스도 교회, 시계탑, 분수대, 모형 풍차, 포토 존과 사설 박물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주차장이 있는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세인트폴스교회에 도달한다. 주야를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을 호객하는 트라이쇼(Trishaw 2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삼발 자전거의 일종)들의 집합 정류장이기도 하다.

트라이쇼는 화려한 치장을 하고 관광객을 유혹한다.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까지 달고 멋을 부린다. 관광객이 타면 국적을 물어본 뒤 그 나라의 유행가를 틀어준다. 여러 나라의 노래가 준비돼 있다. 우리가 타면 한국의 유명 가수들의 신나는 노래로 흥을 올린 뒤 출발한다. 여러 관광코스가 있는데 약 한 시간 정도 안내한다.

대부분의 트라이쇼는 이곳에서 포르투갈 군이 네델란드 군과의 전쟁에 대비해 건설했다는 에이파모사라 불리는 산티아고 요새의 유적으로 먼저 이동한다. 세인트폴스 언덕의 정상에 남아 있는 지붕 없는 교회와 비석과 무덤들을 둘러보면서 말라카 해협과 도시 전경을 관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말라카 술탄의 왕궁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에 들러 건축 양식과 유물, 복장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귀족들이 살았다는 히렌스트리트와 하인과 상인들이 살았다는 죤커스트리트(일명 차이나 타운)도 꼭 가보아야 할 곳이다. 특히 죤커스트리트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많다.

멋진 일몰과 사진이 아름답게 나오는 해상모스크(Masajid Selat Melaka), 클레망 비치의 일몰 풍경, 귀족들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바바와 노냐 전통박물관 등도 인기 관광지다. 불교(쳉훈탱 사원: 유교·불교·도교 모두를 품은 사원), 힌두교(스리포야타 비니야가르 무르티 사원), 이슬람교(깜풍클링 모스크) 3개의 다른 종교 사원들이 한 거리에 있는 하모니스트리트는 오래된 집들과 함께 역사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저곳에 조성되어 있는 벽화들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는 말라카 리버 크루즈 여행선을 타고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것인데 주간이나 야간 언제나 유람해도 좋은 여행코스이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말라카는 1박2일 이상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약 500년의 피지배 역사 속에 다민족이 만들어 낸 다문화가 도시 곳곳에 배어 있어 독특하고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역사가 있는 지역은 걸으면서 여행해야 재 맛을 알 수 있다. 차를 타고 휙 지나가면서 눈으로만 봐서는 그 맛을 느낄 수 없다.

서태일 NCN 전문위원 전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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