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거꾸로 가는 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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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거꾸로 가는 도시계획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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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훈 울산문화방송 PD

공단과 울산도심 사이에서 완충녹지 구실을 했던 야음근린공원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예정대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공해를 막아주는 완충녹지를 만들어줘도 시원치 않은데 오히려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고 보면 LH는 집짓는다는 명분으로 알토란같은 울산의 땅을 죄다 선점하고 있다. 범서읍민들의 강변쉼터가 되어야 할 굴화마을의 태화강변도 개발하겠다 하고 입암들판에도 신도시를 짓겠다고 한다. 굴화강변과 입암들판은 장차 개발될 반천지구과 함께 언양까지 이어지는 울산의 주요 도시발전축이다. 가까운 다운·서사지구에도 대규모 임대주택이 조성되고 있는데 입암들판 개발이 과연 지금 꼭 필요했을까?

얼마 전에는 공원 지정이 해제된 강동해변에 LH가 발빠르게 택지를 조성한다고 해서 지역민들이 크게 반발한 일도 있지 않았던가.

울산의 땅이 LH에 선점 당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울산시가 장기적인 도시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계획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준비를 못했던 것이다. 주택공급이라는 LH의 계획을 물리칠 명분이 필요한데 울산시의 계획이나 준비가 없다보니 하자는 대로 따라 가는 꼴이다. 그런데 이웃 부산시의 일광 신도시와 동부산 관광단지를 보면, 10여년 전부터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그린벨트도 풀고, 부산도시공사와 더불어서 LH는 개발의 일부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그때그때 신도시를 짓겠다는 둥 도시계획을 즉흥적으로 하다보면 도시계획의 일관성도 없고 장기적인 도시계획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그동안 울산시가 추진해 왔던 대부분의 도시개발이 지지부진하다.

제2의 삼산동이 될 수도 있었던 진장명촌지역은 주택과 식당, 모텔과 카센터가 짬뽕처럼 섞여있는 도심의 흉물이 되고 말았고, 강동관광단지는 대부분 빈 땅에다 있는 건물도 텅 비었다. 중구혁신도시만 봐도 상업지구에 들어서기로 한 백화점은 온데간데 없고 거기에 82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다고 한다. 울산의 상가 공실률이 전국 최고라는데도 말이다. 울산시는 또 언양 KTX역 인근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겠다 하는데 건설자재 값은 오르고 부동산경기는 하향이라 그 누가 성공을 장담하겠는가.

울산의 가장 큰 코미디는 복선전철 북울산역이다. 인프라가 부족한 울산에 전철역만큼 도시발전에 중요한 인프라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울산의 복선전철은 도심이 아닌 공단을 통과해서 지나는데다 새로 생긴 북울산역은 뒤는 산이요, 앞은 4차선 오토밸리 도로다. 북울산역은 산과 산업용 도로에 갇혀 진입조차 쉽지 않다. 같은 동해선 복선전철인데도 부산은 역세권을 위해 부전역에서 신해운대역까지 도심 구간에만 전철역을 11개나 만들었다.

도시계획의 일관성은 메가시티에 포함되는 창원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창원시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철저히 나눠져 있고 주거지역도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따로 존재한다. 창원시는 60년대 공업도시 될 때의 도시계획을 지금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울산도 그 당시 똑같은 도시계획으로 출발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세월이 지나면서 그 계획된 원칙들이 다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심하다. 그런 가운데 대통령선거 두 달 뒤 치뤄지는 지방선거가 어찌 정치바람을 안탈 수 있겠는가, 일관된 시정을 펼쳐야 할 시장이 정당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공기업 LH와 중앙정부인 국토부에 맞서 반대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지방분권의 시작은 지방선거에서 정치색을 빼는 것, 아닐까?

이영훈 울산문화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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