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문화도시울산의 역사성과 현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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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문화도시울산의 역사성과 현재성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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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문학박사

울산이 문화도시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시민은 없을 것이다. 산업도시를 넘어 생태문화도시로 가야 한다는 염원이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지 이미 오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끔 툭툭 던지는 나이브한 주장만 있었을 뿐 문화도시울산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구체적 모습에 대한 시민적 논의나 공감 형성은 부족했다. 대체로 시민들 다수는 문화도시울산을 산업도시 시절에 취약했던 예술인 지원과 인프라 확장, 생활문화의 활성화 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당연히 그 점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좁혀 볼 경우 문화도시울산 관련 재정적 행정적 선택의 제약만이 아니라 오는 12월로 예정된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도 오류가 수반될 가능성이 있다. 늦었지만 문화도시울산에 대한 진지한 담론 형성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관련하여 울산시민 모두가 공유했으면 하는 몇 가지 개인적 의견을 내놓는다.

첫째, 문화도시울산은 울산발전 도상에서 ‘새로운 역사적 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울산시민은 반구대암각화 시대로부터 1960년대 초까지 지역의 특색과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근대를 살았고, 이어 전통사회의 해체, 그리고 ‘산업수도라는 빛’과 ‘공해도시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경험했다. 문화도시울산이란 전통사회의 문화적 유산과 산업사회의 성과 및 한계를 발전적으로 통합한 3번째 발전단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 인식이 전제될 때 현실적이고 창조적인 위대한 울산을 위한 그랜드 디자인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문화도시울산의 시민적 가치는 회복, 포용, 창의, 교류여야 한다. 회복과 포용이란 전통의 해체로 가해져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산업사회의 차별과 배제, 동원과 강제의 어두운 기억을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의 특성으로 껴안는 태도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모든 시민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창의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채로운 삶의 양식과 수단을 색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경험한 바 없는 출구를 찾아낸다는 뜻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은 동전의 양면인데, 우리 울산은 전통사회의 풍부한 자연적 문화적 유산과 전국 곳곳에서 유입한 산업일꾼들의 독특한 문화를 새로운 문화예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교류란 그렇게 일궈낸 울산의 고유한 특색을 담은 문화예술이 지역만이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소통하고 그것이 다시 울산다운 문화예술로 승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현하는 가치이다. 그런 점에서 회복, 포용, 창의, 교류는 이전 시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화도시울산 시대의 새로운 덕목인 것이다.

셋째, 현 단계의 문화 관련 사업은 다음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나, 모든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시민의 자발적 능동적 참여는 물론이고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사각지대는 해소되어야 마땅하다. 모든 시민이 문화예술의 생산자며 향유자라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실현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 문화예술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청년, 문화 활동가, 예술인 등의 정주와 활동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가 경제와 사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어 지속가능한 울산발전의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문화예술사업은 울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 리브랜딩 프로젝트여야 한다.

넷째, 법정문화도시 지정은 문화도시울산 시대를 여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울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역단위 예비문화도시를 실험하고 있다. 특정 구·군이 아니라 울산 전체가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좋은 기회를 잡고 있는 것이다.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될 경우 울산시민에게는 새로운 자각과 열정적 참여를, 관련 기관에게는 생산적 정책 선택의 기회를, 그리고 외부인에게는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울산이 정주하고 싶은 선도적 문화예술도시로 인식되도록 자극할 것이다.

문화도시울산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조건과 산업사회를 경험하고 체득한 울산시민 특유의 새로운 가치들(회복·포용·창의·교류)에 기초한 ‘위대한 울산 시대’의 다른 이름이면 어떨까.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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