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리, 환율 전쟁 그리고 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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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금리, 환율 전쟁 그리고 경기침체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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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호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현대중공업 사외이사

거시 경제정책의 목표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균형 있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최근 세계 경제 흐름을 보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욕심이 지나치면 오히려 화(禍)가 될 수 있다는 뜻인데, 여기서 욕심은 경제성장을 향한 국가들의 집착이고, 화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선진국들은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대외적으로는 자국의 화폐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려 수출을 증대시키는 환율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욕심에 더욱 불을 붙인 것이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 사태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여 통화량을 사상 유례없이 증가시켰고, 그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폭발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022년 7월 현재 9.1%, 유럽은 8.3%, 한국은 6.3%로 모두 지난 4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놀란 국가들이 통화량을 둔화시키고 금리를 인상시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는 역환율전쟁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최근 달러당 1300원대에 이를 정도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다. 이 상태에서 국내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실질 환율이 평가 절상되어 결과적으로 수출이 감소하게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예측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5% 안팎에 이르던 국내 잠재성장률은 현재 2.0%(2021~2022년)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그나마 경제활동참가율 등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됐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만약 경기가 활력을 잃어 자본이나 노동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을 경우 잠재성장률은 더욱 더 감소하게 된다.

실질 원화가치의 상승, 금리인상, 잠재 경제성장률의 침체 등으로 곧 경제침체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금융자산 및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그에 따라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소비가 감소하게 되고, 나아가 경제가 침체되는 연쇄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경제침체는 자금, 기술 및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을 더욱 큰 위험에 노출시킨다. 대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투자를 자제하면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영업이익의 손실을 최소화해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금리 인상에 더욱 휘둘릴 수밖에 없다. 한편 경제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경기순환 자체를 통제하지는 못한다. 이들은 금리인상의 완급을 조정하며 경기순환의 진폭을 진정시킬 수 있을 뿐이다.

최근 미국의 장기채권 이자율보다 단기채권 이자율이 더 높은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장기채권의 이자율이 높다는 것은 미래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단기채권의 이자율이 높다는 것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사회가 감지할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이것은 물가상승과 실업률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발생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욕심을 부린 환율전쟁의 대가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경제현상이다. 그리고 국가 간의 금리, 환율 등의 국제적 정책 공조 노력도 있었지만 각 나라마다의 이기적 욕심으로 실패로 끝나곤 했다.

향후 세계 경제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다시금 국가들은 환율전쟁을 통해서 이자율을 감소시키고 화폐가치를 하락시켜 경기부양을 촉진시키려고 할 것이다. 결국은 반복되는 경기순환 과정에서 경제체질이 약한 국가, 기업 그리고 가계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고 경기침체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 국가나 경제 주체들은 그 고통이 덜 심할 것이다. 우리는 다가오는 경기침체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적극 발휘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조재호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현대중공업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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