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의료용 식품, 한의약 그리고 노벨상
상태바
[이런생각]의료용 식품, 한의약 그리고 노벨상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8.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중국에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우의우식(寓醫于食)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고, 병을 고치는 약 또한 먹는 것이니 사람은 먹는 것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먹는 것의 중요성을 올바로 알고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약식동원의 중요성을 잘 알아서인지, 지난 7월 약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의료용식품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용식품은 환자의 영양 상태를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음식물을 입으로 씹어서 섭취하고 소화시키기 힘든 경우 또는 질병으로 인해 평상시와는 다른 영양공급이 필요한 환자가 식사 대신 복용하는 식품이다.

그 중 전문의료용식품은 의료용식품 중 의사의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의료용식품인데,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에 따라 건강보험에 편입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의료용식품 판매관리인 범주가 의사, 약사 또는 영양사의 자격을 갖고 있거나 이에 준하는 자격에 제한되기 때문이다. 식품을 환자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직군인 한의사가 쏙 빠진 것이다. 천연물신약(천연물의약품), 생약 등 새로운 용어를 통해 타 직군이 한의사의 영역을 침탈하는 경우가 왕왕 일어나고 있다.

이번 의료용식품도 입법취지는 이해하지만, 당사자인 한의사를 쏙 빼놓아 직역(職域) 이기주의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 같아 유감스럽다.

올해 허준이 교수가 ‘수학계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수학계가 환호했다. 그럼 한국인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은 언제쯤 가능할지 공금하다. 2015년 중국에서는 한약재인 ‘개똥쑥’을 이용한 중의학 기반 연구로 노벨상을 이미 수상했다. 노벨상이 의학 수준의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는 없겠지만, 노벨상 수상 경력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의학이 뒤쳐졌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의 배척이 있다고 판단된다.

중국 헌법 21조에는 중의약 진흥과 관련된 내용이 있지만, 한국의 한의약 육성이나 정책을 보면 중국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의료용식품에서도 한의사가 배제되는 등 여러 보건의료정책에서 한의학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보건의료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직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정 직역을 배제하고 왕따시키는 악습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계가 서로 협업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K-culture에 이은 K-med가 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