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집에 만족할까
상태바
[경상시론]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집에 만족할까
  • 경상일보
  • 승인 2022.08.1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교수·건축학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너무도 기본적인 요소다. 이 요소들이 안정적일 때 시민들은 풍요로운 세상이라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들에 불안한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에 사회는 많은 불만과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식주에 대한 시민의 만족을 모니터링하고 불만 요인을 찾아 감소시키며, 만족요인을 찾아서 강화시켜 주기를 일반인들은 바라고 있다.

그 중에 주(住)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주거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를 늘 고민한다. 자신의 주거에 만족감을 느끼는데 영향을 주는 것은 주택 자체의 요인과 주택을 둘러싼 환경의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즉, 나의 집이라는 한정된 주거공간을 살펴보면서 동시에 내 집 주변의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쏠림 현상은 주거공간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를 드러내며, ‘학군’이나 ‘역세권’ ‘슬세권’ 같은 지역은 집 주변 환경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이들 둘이 맞아 떨어지는 곳의 주거비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현상은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속에서 주거를 통한 인간의 욕구 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5년간 주거관련 데이터를 살펴보면, 한국인들이 자신의 주거에 관해 만족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요인들에 변화가 있어 왔다. 15년전 한국인이 자신의 집에 관해 만족한다고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친 주요한 요인들의 종류와 중요도가 현재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세월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고, 세상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도 주택에 관한 생각 변화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좀더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 측면에서도 이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연구발표에 따르면 집값 상승이 거주자의 주거 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행복도를 향상시킨다고 한다. 이는 주거의 경제적 측면에서 주택 소유자의 심리적 만족을 살펴본 경우이며, 이를 임차인인 거주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집값이 주거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택에 대한 생각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유행하는 ‘슬세권’이란 용어는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놀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현상을 말하는 신조어인데, 이는 이전에 주거지에서 기피했던 활성화된 상가들과 문화시설들이 갖춰진 환경이 주택 만족 조건으로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주거 만족 요인에 관해 이해하고 이에 맞는 다양한 방향의 주거 정책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주거가 경제적인 조건에서 우선시 되는 경우에는 그에 최적화된 주택이 필요할 것이고, 사회적인 관계가 중요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곳이 최고의 주거지가 될 것이다. 자녀의 학업 역량이 강화되기에 좋은 학군을 선호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필요한 학세권 주거지, 직장에서 조금이나마 가까워 여가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주거지, 자연환경이 잘 갖춰져 각박한 도심에서 언제든 여유로운 햇살과 바람을 즐길 수 있는 주거지와 같이 주거지에 대한 요구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가 사는 울산에 이처럼 다양한 요구를 만족할 수 있는 주거지가 많이 조성된다면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사람들의 집에 대한 만족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관한 만족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개인의 주거 문제가 도시 활성화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삶의 기본 공간인 주거의 만족요인에 관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주거가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의견 청취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교수·건축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