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많은 건물과 도로, 차량 등의 막대한 침수피해가 발생하였으나, 울산을 비롯한 경남북 일원에는 기다리던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올해 장마도 이미 끝나고, 울산지역에는 시민들의 주요 식수원인 사연댐과 대곡댐의 저수율이 약10%에 불과하여 생활용수 대부분을 낙동강 물에 의존하고 있는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최근 비가 거의 오지않는 ‘마른 장마와 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풍수기인 6~9월에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듬해 봄까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게 된다. 울산시에는 사연댐 대곡댐 회야댐 등 생활용수 댐과 공업용수 댐인 대암댐이 있어, 비가 정상적으로 내릴 경우 하루 35만t의 생활용수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년동안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만수위를 60m에서 52m로 낮추어 유지하여 왔고, 이는 사연댐의 유효저수량의 약 30%정도만 이용하는 구조여서 올해와 같은 가뭄시에는 심각한 물 부족을 겪게된다.
사연댐에 의해 물에 잠기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부족해지는 물은 운문댐으로부터 하루 7만t을 공급받고 대암댐을 식수전용댐으로 전환하여 하루 5만t을 확보한다는 ‘울산 맑은 물 확보방안’을 수립한 바 있으나, 대암댐은 유효저수량 부족으로 하루 5만t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어 이 안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했다.
운문댐도 지난해부터 저수율이 20%내외로서 두차례의 제한급수를 실시한 바 있고, 수년전에는 용수공급능력 부족으로 약 8만가구의 급수구역을 영천댐으로 전환한 바도 있다. 이는 운문댐의 용수공급능력이 울산으로 하루 7만t(9만t) 보내줄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시가 운문댐 물을 울산시에 주려면 낙동강 취수원을 구미시의 상류로 이전하고 울산시 공급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구미시에서도 물부족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극구 반대하여 왔다. 지난 6월 결정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과 물확보방안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울산시에 대한 운문댐 물공급에 대해서는 수량이나 시기도 없이 ‘운문댐 물 울산시 공급’이라는 문구만 있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이처럼 물 확보가 확실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전임 송철호 시장은 수년전 문화재청의 암각화 주변 대곡천 일대의 ‘명승’지정을 전격 수용하였고, 지난 3월에는 암각화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47m까지 낮추고 3개의 수문을 설치하는 용역도 마무리 되었다.
일상화된 이상기후현상으로 울산지역은 수년전 태풍 차바로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었고, 지금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최근 심각한 가뭄으로 생활용수 90%이상을 낙동강물에 의존하고 있는 바, 반구대암각화 보존만을 위해 사연댐의 기능 약 70%를 없애는 것이 옳은지 다시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마무리된 ‘사연댐 수문 설치 타당성 보고서’는 사연댐의 여수로를 47m까지 낮추고 수문 3개를 설치하면 암각화의 침수를 하루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만 부각시키고, 암각화 주변에 형성되는 매우 빠른 유속과 그로 인해 암각화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위험성, 그리고 삼호교 하류 시가지의 홍수피해 가능성은 전혀 노출시키지 않으므로써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사연댐물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생태제방안’을 수차례 제안하였으나, 문화재청은 암각화주변 형질 변경으로 단지 유네스코 등재를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이를 거부하였다. 현재는 암각화 주변과 대곡천일대가 명승으로 지정되어 생태제방안을 다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문화재청은 생태제방안과 유사한 ‘카이네틱댐’을 3년동안 무리하게 추진하여 형질 변경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모순을 행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있는 엄중한 현실에, 불확실한 운문댐의 용수 공급 능력 및 수량 등에 의존해서 사연댐을 낮추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된다. 사연댐을 낮추면 암각화 주변에 형성되는 빠른 유속에 의해 오히려 암각화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고 물도 버리게 되므로, 울산시민 생명수의 근원인 사연댐을 낮추는 안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
조홍제 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