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체육대회(체전)의 역사는 백 년이 넘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대한민국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숱한 우여곡절에도 체전은 단절 없이 이어달리기했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고, 전국 16개 시도에서 체전이 열렸고, 또 많은 도시가 체전 개최를 위해 유치전에 뛰어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전이 지역 발전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체전의 중심은 체육인들이지만, 체육인들만의 잔치는 아니다. 체전을 계기로 체육은 물론 전 분야에 걸쳐 도시 인프라 확충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요인이다.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 8년만인 2005년 처음으로 체전을 개최했다. 필자는 당시 울산광역시의회 의장과 생활체육회장을 겸하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체전 유치에서 준비, 그리고 개막식과 폐막식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체전에 뒤이어 열린 장애인체전의 감동도 잊을 수 없다.
당시 울산은 민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성공적인 체전을 위해 뛰었다. 시와 시의회는 손을 맞잡고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설명과 설득을 겸해 체전 관련 예산확보에 열을 올렸다.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호흡을 맞췄다. 덕분에 많은 국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종합운동장과 문수수영장 등 7개 경기장을 신축했고, 나머지 경기장은 기존 시설을 개·보수했다. 그때 신축했거나 개·보수했던 경기장은 지금도 여전히 잘 활용되고 있으며, 엘리트 체육은 물론 생활체육 활성화의 도약대가 되고 있다. ‘체전의 도시’를 기점으로 ‘체육의 도시’로 한 걸음 더 전진하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체전을 전후로 울산시의 문화와 예술 분야도 괄목 성장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반구대암각화 등은 물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달천 철장을 중심으로 한 철의 역사를 대내외에 홍보하는 특수도 누렸다. 쇠를 다룰 때(쇠부리) 부르던 노동요 ‘불매, 불매, 불매야’를 개막식의 주제로 삼아 자동차와 조선 등 울산이 중공업 도시로 성장한 역사적 뿌리를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천형(天刑)처럼 따라다니던 공해와 오염의 도시라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태화강을 비롯하여 울산이 산업의 도시에 더해 생태와 환경,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을 만방에 알렸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이번 가을,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의 성화가 다시 울산에서 타오른다. 하지만 2005년 체전과 2022년 체전은 여러모로 대비된다. ‘코로나 사태’라는 돌발 변수가 가장 걸림돌이지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모든 측면에서 부족함 가득이다. 우선 체전에 관한 관심과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고,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체전을 즐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선수단까지 참여하면서 감염병이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적잖다. 입국 이후부터 철저히 관리할 것이며, 코로나 확산 없는 체전을 위해 보건의료계와 방역체계를 한층 더 강화할 예정이다. 선수단 및 관객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경찰 등 유관기관과도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체전 유치 이후 충분한 국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동구와 북구의 체육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까닭이다.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체전에 턱없이 부족한 숙박시설도 고민거리다. 임시방편으로 기업체 연수시설 등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민간 숙박시설을 활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공형 숙박시설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두겸 시장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손님맞이의 처음과 끝은 친절과 청결이다. 도시의 외형 못지않게 시민들의 내면도 경쟁력이다. 체전을 위해 울산에 온 손님들이 친절과 청결에 감동하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고, 그것은 지역경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17년 전 되살아난 태화강으로 생태도시의 출발을 알렸다면,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태화강국가정원을 통해 정원도시로 질주하는 울산의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켜야 한다. 이제라도 민관이 함께 이인삼각 경기를 뛰는 선수처럼 체전의 열기를 높이는데 보폭을 맞춰 전진해야 한다.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의 성공은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으로 도약하는 든든한 뜀틀이 될 것이다.
김철욱 울산시 문화체육정책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