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칼럼]울산읍성·언양읍성, 복원도 방치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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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울산읍성·언양읍성, 복원도 방치도 안 된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8.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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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숙 논설실장

울산시는 2035년 도시기본계획에서 2도심 4부도심 체계를 제시했다. 줄곧 1도심체계를 유지해오던 울산시가 중구 성남·옥교동과 남구 삼산을 합친 구도심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언양권을 또 하나의 도심으로 삼아 도시확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들 2곳의 도심은 공통점이 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어지고, 구시가지의 중심에 조선시대 읍성터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읍성과 언양읍성, 이들 두 성내(城內)의 상당부분은 현재 나대지다. 울산읍성의 일부인 울산초등학교 부지는 가림막을 쳐놓고 일부를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언양읍성의 일부는 미나리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사유지다.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상황을 울산시는 문화재청만 쳐다보면서 방치하고 있다. 마냥 복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상태 그대로 울산시 나름의 활용이 시급하다.

언양읍성은 1966년 사적 153호로 지정됐다. 애초 지정면적은 4만1349㎡, 둘레 약 1000m이었으나 2011년 6월 남문 주변 지역 132필지 2만6997㎡도 사적으로 추가 지정됐다. 하다말다를 반복하고 있는 복원을 명분으로 공터가 된지 수십 년이다.

울산읍성 내 울산초등학교(1만5914㎡)가 있던 자리는 미술관 건립을 위해 문화재조사를 하다가 객사 유구가 발견되자 보전 결정이 나면서 미술관을 바로 옆으로 몰아내고는 8년째 빈터다. 금싸라기땅을 을씨년스럽게 비워놓고는 원도심 상권을 살리겠다고,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공서와 기업의 분사, 금융기관 등이 몰려 있어서 문화·경제·상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추지역을 도심이라고 한다. 오래된 도시의 경우는 경제·상업의 기능은 신시가지가 담당하고, 구시가지는 주거와 관광을 담당하는 조화로운 관계를 갖게 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오래된 도시들에서 ‘축적’과 ‘변화’라는 두 가치의 공존이 주는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이는 곧 울산의 2도심에 주어진 엄중한 과제이기도 하다.

성남·옥교와 삼산, 언양읍과 KTX역세권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각각 서로 다른 매력을 추구할 때 2도심체계는 성공할 수 있다. 구시가지가 갖추어야 할 축적의 문화를 도외시한 채 신도시의 빠른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독창성도 매력도 없이 그저 덩치만 커진 도시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읍성을 복원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사라진 유적을 복원하는 순간 오히려 역사성이 깡그리 사라질 수도 있다. 축적이 아니라 단순한 퇴행이 되기도 한다. 성벽이 무너지고 건물이 불타 없어진 것도 역사이고, 그 땅에서 밭을 일구고 산 오늘날 울산사람들의 삶도 역사다. 남아 있는 유구(遺構)를 있는 그대로 가장 잘 보존하는 방법을 강구해서 그 위에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쌓아가는 것이 올바른 축적의 문화다.

더구나 언양읍성은 사유지를 보상하고 발굴조사를 한 다음 유구를 그대로 둔채 잔디밭으로 다듬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만 하면 그 자체로 언양읍 주민 모두의 중정(中庭)이 된다. 성벽을 다시 쌓아올리고 성문과 관아·객사를 짓는 등 억지스럽게 과거를 재현해놓는다고 문화유적의 가치가 되살아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월의 흐름이 내려앉은 나즈막한 주택과 좁다란 골목길, 그리고 고즈넉한 성터의 조화가 언양읍내의 매력이 될 때, 고층 건물과 아파트의 세련된 현대적 건축물로 뒤덮인 KTX역세권도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지금이라도 해질녘 언양읍성터를 한번 거닐어 본다면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를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연결고리는 언양남천에 맡기면 된다.

삼산동이 갖지 못한 1도심의 매력도 구시가지의 울산읍성이 메워야 한다. 성곽의 흔적을 따라 현재의 골목풍경을 되살리고 울산초등학교 부지는 시립미술관의 야외 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는 광장으로 만들면 갑갑한 도심의 숨통을 틔우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광장의 지하에 대형 주차장을 만들고, 태화강변의 주차장을 정원으로 바꾸면 새로운 매력을 가진 도시로 어렵지 않게 도약할 수 있다. 태화강변이 정원이 되면 중구의 구시가지와 남구의 신시가지는 자연스럽게 인도교인 울산다리로 연결된다. 억지로 만들어낸 과거를 위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현재와 미래를 포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정명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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