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전 달 보다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4.7%)보다 0.4%p 내린 4.3%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한 것은 2021년 12월(0.1%p 하락) 이후 처음이다.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그러나 현재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 추석이 다가올수록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지역경제 동향’에 따르면 2분기 울산의 소비자물가는 전년동분기 대비 5.3% 상승했다. 이는 2분기 기준으로 2008년(5.6%) 이후 14년만의 최고치다. 현장에 나가보면 품목 하나하나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실감할 수 있다. 울산신정시장에서 판매되는 배추 1포기의 소매가격은 9330원으로 평년(6333원) 대비 47.32%(2997원) 올랐다. 적상추(100g)는 1700원으로 평년(1256원) 대비 35.35%(444원), 오이(10개)는 1만3300원으로 60.65%(5021원), 애호박(1개)은 2500원으로 62.55%(962원) 각각 올랐다.
갈수록 치솟는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켜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3일 ‘기대·체감 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와의 관계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p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67%p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대인플레이션이 그만큼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실제 물가인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소비자들은 자주 봐왔다.
한경연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체감인플레이션부터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돼지고기 등 장바구니 물가와 관련된 생활물가 품목의 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한시적으로 소비세를 인하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이번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만에 하락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체감물가에 영향을 주는 핵심 품목들은 여전히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만의 하나 수급체계가 흔들리면 그 즉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추석 이후 물가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후변화와 작황여건 악화 등 아직 많은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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