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제2농수산물도매시장 건립을 위한 용역비 5000만원을 추경안에 반영했다. 울산시 남구 삼산동에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을 2027년까지 울주군 청량읍으로 이전하기 위한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제2농수산물도매시장 건립을 타진하는 것은 누가 봐도 시기상조다. 새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지리적 편중에 따른 북구 주민의 불편 해소를 위한 ‘앞선 행정’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울산의 유통 물량은 물론이고 시장건립에 대한 정부의 지원여부를 고려하면 용역비만 허비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하는 말이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은 십수년 숙원사업이었다. 몇 번의 탈락 끝에 겨우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하는 공영도매시장 현대화사업 공모를 통과해 이전이 결정됐다. 이전부지가 청량읍 율리로 도시의 서쪽에 치우쳤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도시 전체의 도로사정을 감안하면 교통편이 나쁜 지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제2농수산물도매시장의 입지로 지목된 북구에서도 이예로를 이용하면 30분 안에 닿을 수 있다. 울산시뿐 아니라 양산과 청도, 포항, 밀양 등 배후도시들의 농수축산물 유통거점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고려하면 오히려 교통의 요지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청량읍 율리 일원에 만들어지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부지 21만7854㎡, 건물 전체 면적 5만4154㎡ 규모의 ‘유통거점형 복합시설’로 추진된다.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보다 부지는 약 5배, 건물은 약 2배 큰 규모다. 시장 건물은 청과동, 수산동, 물류동, 직판동, 환경동 등으로 구성되며, 각종 편의시설과 첨단 시스템도 갖춰진다. 현재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유통물량에 비해 규모가 많이 큰 편이다. 새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안정도 되기 전에 북구에 제2도매시장이 동시추진되면 물량 부족난에 따른 어려움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는 문제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에 대한 정부 지원에도 10년 이상 걸린데다가 아직 착공도 안한 상황이다. 2023년 건축설계, 2024년 착공, 2026년 완공, 2027년 개장이 목표다. 혹여 2곳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동시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면 각각의 타깃과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데, 이미 추진 중인 새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규모와 용도 변경도 난감한 상황이다. 새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제대로 건립해서 울산지역 농수산물 유통시장 규모를 키운 다음 시민적 공감대 속에 차분하게 제2농수산물도매시장 건립을 타진하는 것이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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