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정당 관련 가처분과 정당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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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정당 관련 가처분과 정당 민주주의
  • 경상일보
  • 승인 2022.09.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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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국민의힘이 당대표를 징계한 후 비대위체제로 전환해 차기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원장으로 하여금 당대표 역할을 하도록 하려는 계획이 무산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인용하였기 때문이다.

그 가처분인용결정문의 키워드는 정당 민주주의이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하게 되므로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되는데,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할 만큼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비대위원장 측은 “그런 식의 가처분이 어떻게 인용될 수가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자신만만하다가, 예상치 못한 인용결정이 내려지자, 즉각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결정은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번 가처분 인용결정 이전에도 몇 차례 더 정당의 내부적인 당헌개정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이 있었던 전례를 보면, 정당의 자율성이라는 것도 그다지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

즉, 같은 법원은 2007년 1월19일에도, 열린우리당의 중앙위원회가 비대위에 권한 일체를 위임하고 비대위가 당원제도 변경을 위한 당헌개정안을 결의한 것에 대해, 일부 당원들이 당헌개정안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자, 이를 인용하면서, “헌법과 정당법의 관련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서 오늘날의 의회 민주주의 하에서 민주주의의 전제요건인 동시에 정치과정과 정치활동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으므로, 정당활동의 자유는 이를 보장함에 있어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되나, 한편 정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자율성의 범위를 넘어 그 내용 및 절차가 현저하게 불공정하거나 정당 스스로가 정한 당헌·당규 등 내부 규정에 위배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에 관한 헌법 등의 규정에 명백히 반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는 무효”라고 선언했다.

또 같은 법원은 2011년 6월28일에도 한나라당이 당직자 선출방법과 관련된 당헌개정을 한 것에 대해 그 개정절차가 당헌과 당규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효력정지가처분을 한 적이 있다. 반대로 국회의원 공천에서 현역의원을 컷오프시키고 후보경선에서 배제하는 결정 등에 대해서는 정당의 자율성을 이유로 효력정지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을 종합해 보면, 정당의 대표자 선출권이나 당헌개정권과 같이 당원의 민주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정당의 지도부가 당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을 했을 때에는, 정당 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매우 엄격한 판단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경향은 앞으로도 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을 보면, 제1장으로 총강이 나오는데, 총강에는 그 유명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부터 시작해 9개 조문이 있다.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골격을 구성하는 내용으로 돼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8조의 정당이다. 그만큼 정당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존 골격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거기에서도 정당의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 헌법 아래에 하위법률로는 정당법이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어쨌거나 양당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이 정치의 근간이다. 그런데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주주의 정치라는 것도 허울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처분 사건을 계기로 정당의 풀뿌리에 해당하는 당원들의 권리를 바탕으로 하는 정당의 민주화는 더욱 강조돼야 한다. 정당 지도부 몇 사람의 의중으로 정당의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된다면, 정당 민주주의도 없고, 민주주의 정치도 없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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