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전국 최초로 사회서비스원 폐원에 나선 울산시
상태바
[이런생각]전국 최초로 사회서비스원 폐원에 나선 울산시
  • 경상일보
  • 승인 2022.09.0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울산시가 사회서비스원과 여성가족개발원, 울산연구원 일부 기능을 통합하는 ‘복지가족진흥원’ 설립에 나섰다. 시의회 사회복지정책 자문회의가 업무가 유사한 출자출연기관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조치다. 속내는 사회서비스원을 폐원하기 위해 출연기관 통폐합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울산지역의 사회서비스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복지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뒤이어 나타나는 문제 제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반면 여성가족개발원은 ‘울산광역시 여성가족개발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근거해서 설립했다. 법률에 의해 설립한 기관을 조례에 의해 설립한 기관에 흡수 통합시킨다는 발상은 행정행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상위법 우선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둘째,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과 효율’과도 거리가 멀다. 사회서비스원은 국·시비로 운영하는 법인이다. 사회서비스원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면 국비 1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없다. 지금까지 지원받은 국비도 반환해야 한다. 이번 조치가 예산 확보 차원에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셋째, 통폐합의 절차적 타당성에도 문제가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 7월 ‘울산광역시 사회서비스원 설립타당성 검토 연구’에 따라 타 기관과의 유사중복 타당성 검토를 거쳤다. 그 자리에서 여성가족개발원의 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현재 사업을 이관 받아 운영하고 있다.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 검토를 했고, 그에 따른 조치도 끝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전문적인 재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이 사회서비스원 폐원에 나선 것이다.

넷째, 여성가족개발원은 울산지역의 여성과 가족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여성들의 경쟁력 향상과 사회참여 확대, 복지증진 등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 주를 이룬다. 울산은 조선해양과 자동차, 석유화학, 비철금속 등 중공업 분야에서 남성노동자가 경제활동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성차별 문화가 좀 더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개발원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관이다. 사회서비스원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울산시 발표대로라면 두 기관 모두 목적사업과 고유기능이 축소되거나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공공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울산지역이 전국 최초로 사회서비스원을 폐원하는 불명예도 안게 된다. 울산시는 오는 9월6일 대내외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 참석하는 전문가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현재 지역사회복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공론화해주길 당부한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