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매주 화요일 저녁에 <근사록>(近思錄)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시작했다. <근사록>은 유학 사상을 하나의 철학 체계로 완성한 성리학 최고의 입문서이다. 며칠 전 수업 때는 주희가 지은 <근사록> 서문을 읽었다. 서문의 내용 중에 “침잠하여 반복해서 읽고…”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말이 ‘반복’이다. 자칫하면 반복(反復)의 의미로 읽힐 수 있으나 원문은 어디까지나 반복(反覆)이다. 반복(反復)은 ‘같은 일을 되풀이함’의 뜻이나 반복(反覆)은 ‘언행이나 일 따위를 이랬다저랬다 하여 자꾸 고침’의 뜻이다. 그냥 ‘반복’이라는 말로 번역하게 되면 대부분 사람은 ‘같은 일을 되풀이함’의 뜻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주자가 한 말은 반복(反覆)이다. ‘침잠하여 반복해서(沈潛反覆)’라고 하였으니 정확한 의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하여 이랬다저랬다 자꾸 고쳐가면서 읽고…’이다.
요즘 사람들은 남의 말이나 글을 비판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수용하거나, 한두 가지 좁은 판단 기준으로만 이해하여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좁은 판단 기준으로 편향된 말이나 글만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를 보면 우든 좌든 일부 극단에 치우친 사람들은 합리적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한다. 그들은 대부분 한쪽 성향의 말과 글만 수용할뿐더러 다른 성향의 말과 글은 무조건 배척한다는 것이다. 꼭 정치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주변에는 편협된 사고에 빠져서 아집과 독선을 보이면서 진실과는 무관하게 자기 생각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진실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시각이 단순할수록 진실은 멀어지고 진실 아닌 것이 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참된 인간은 진실을 꿰뚫어 보고 합리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합리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평온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는 조화롭다. 주자는 책을 읽을 때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하여 이랬다저랬다 자꾸 고쳐가면서 읽어야 한다고 했다. 반복은 꼭 책 읽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나 자신은 물론 내게 다가오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하고 이해한다면 아마도 나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가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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