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태풍으로 예보되고 있는 힌남노 소식에 울산 중구 태화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집중호우 때마다 발생하는 상습 침수에 재산피해도 걱정이지만 이번 태풍이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내습해 이중삼중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4일 오후 2시께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 상인들은 거리를 오가며 서로 걱정 어린 안부를 나눴다.
시장 곳곳에는 모래주머니가 가득 쌓여있고, 비닐로 가판대를 덮고 벽돌까지 얹어 만반의 준비를 한 가게도 많았다.
저지대인 태화시장 일대는 매년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침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지난 2016년 태풍 차바 때 시간당 124㎜에 달하는 폭우로 인명피해와 402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지난해 태풍 오마이스 때도 침수 피해를 겪었다.
지난 2018년부터 ‘태화·우정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주민반대에 부딪히고 공사가 지연되며 여전히 배수장 확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목장을 앞두고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예고되자 태화시장 상인들은 초긴장 상태다.
태화시장 입구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이모(58)씨는 “내일(5일)은 추석을 앞두고 마지막 대목장이라 원래 부산, 창원 등 각 지역에서 다 오는데 태풍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구청에서는 장 서는걸 자제해달라고 하는데 대목장에 누가 장을 안 서려고 하겠냐, 지금 상인들 다 날씨 눈치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태화종합시장상인회는 상인들에게 태풍 대비 협조 안내문을 돌리며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몇 번을 당부했다. 상인들은 근심어린 얼굴로 ‘물품 가게 안 높은 곳으로 이동, 차수막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받아들었다.
시장 모퉁이에서 철물점을 하는 김모(45)씨는 가게가 지하에 있어 태풍 차바와 오마이스 때 모두 침수 피해를 겪었다. 김씨는 “일단 급하게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다 쌓아두고 가판대 1층은 비우고 물건들은 다 천장으로 올려뒀다”며 “매번 폭우 때마다 가게가 물에 잠겨서 악몽 같았는데, 이번에도 대비하긴 했지만 태풍 앞에서 별 방도가 있겠나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구는 태풍을 앞두고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 운영에 들어갔다. 특히 태화시장 등 상습침수 우려지역에 모래주머니를 2250개, 차수판, 양수기, 대형 펌프 등도 배포하는 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긴장 상태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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