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Typhoon)이란 적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의 한 종류로서 중심부의 최대풍속이 17㎧ 이상인 폭풍을 말하는데,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33㎧ 이상인 것을 태풍, 25~32㎧인 것을 강한 열대 폭풍, 17~24㎧인 것을 열대 폭풍, 그리고 17㎧ 미만인 것을 열대저압부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심부의 최대풍속이 17㎧ 이상인 열대저기압을 통틀어서 태풍이라고 부르고 있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높을수록 잘 발생하게 된다. 해수면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수증기 증발이 더욱 원활하기 때문에 대기 하층에 높은 습윤 정지 에너지가 쌓이고 불안정도가 커지게 된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지표면 자체의 에너지, 즉 온도와 수증기가 함께 증가하는 데,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태풍이 잦아지고 집중호우가 발생하기 마련인 것이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2배 증가하면 적도 및 아열대 지역에서의 대기 상층이 하층보다 더욱 빠르게 가열돼 기존에 있던 대규모 상승 기류(해들리 순환)를 약화하고, 이로 인해 열대저기압의 발생빈도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기 중 수증기와 에너지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태풍이 한 번 발생하면 3등급 이상의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약 50%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수도권에 쏟아진 100년 만의 집중폭우나 해외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는 이미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가 현재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구촌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3억t에서 30년 만에 7억t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다행히 전 지구적 노력으로 최근 감소세에 있기는 하나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것은 지구적 환경재앙을 줄이는 첩경임은 틀림없다.
한편,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한반도 주변과 같은 중위도 해역에서도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되고 확장될 여지가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예일대학 조슈아 스터드홈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생대 제3기 에오세(5600만∼3400만년 전)와 플라오세(530만∼260만년 전) 등 지구온난화 시기의 기후 시뮬레이션 결과, 열대성 저기압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더 높은 위도에서 형성되고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온실가스로 기온이 오르면서 열대성 저기압 발생지역이 다시 중위도, 고위도로 이동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이미 한반도 인근 중위도 지역에서 열대성 저기압의 세력이 평균적으로 더 강해지고 있음은 관측기록을 통해 입증된 상태이다. 지구온난화를 제어하지 못하면 한반도의 기후 자체가 저위도 환경으로 변해갈 것이다.
매년 여름, 최근에는 가을에도 태풍 발생 소식과 함께 한반도 일원이 긴장에 휩싸이곤 한다. 역대 우리나라에 상륙했던 태풍이 남긴 피해를 살펴보면 1959년의 ‘사라’는 최다 인명피해를 냈으며, 2002년의 ‘루사’는 5조148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2003년의 태풍 ‘매미’도 약 4조원의 재산피해와 사망, 실종, 부상 등 130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며칠 전부터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쪽으로 진로를 틀어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로 대응에 분주하다. 기존 역대 최고급 태풍보다 더욱 파괴적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 대응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눈앞에 다가온 태풍 대응에는 신속해야겠다. 매번 안타까운 마음에 차라리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의 서쪽으로부터 수평으로 흐르는 제트기류의 힘이라도 빌어서 태풍이 조금 더 일찍 소멸했으면 하는 기원까지 하게 된다. 고위도로 올라가서야 자연히 사라지는 태풍을 견뎌내기가 어려움에랴.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