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100세 시대, 준비 안 된 노년은 재앙이다
상태바
[경상시론]100세 시대, 준비 안 된 노년은 재앙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9.0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은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 복지회관 다니며 손주를 봐주며 소일할 것인가? 지는 노을 보며 뒷방늙은이로 살 것인가? 60대 초반의 은퇴자와 면담했다. “40년을 일한 곳에서 정년퇴직한 후 경비일 외에는 늙었다고 받아주는 데가 없어 식물처럼 지내요. 내가 이제 쓸모가 없는 인간인 거 같고, 아내도 온종일 집에 있는 나를 마땅찮게 대하니 우울해요. 이렇게 얼마를 살아야 할지….”

우리 부모세대는 은퇴 후 노환이 들어 부양받기까지 약 10년이었다. 이젠 100세 시대이니 60대 초반에 은퇴하면 노년기(80세 이후)까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 중년기와 노년기 사이를 새로운 세대라 불러야 할 것이다. 학자들은 이를 ‘서드 에이지(third age)’라고 했다.

서구와 일본 등 우리보다 노년 세대가 먼저 두꺼워진 복지국가에서는 이 세대가 재취업을 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고 NGO가 주도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새로운 삶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재능과 경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니 더 의미 있다. 우리나라도 퇴직자의 80% 이상이 다시 일을 원한다고 한다. 수입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은 자존감과 성취감을 준다. 특히 이 시기는 경륜이 절정에 이른 나이라 일을 한다는 것은 더욱 의미 있고 해낙낙한 것이다.

‘일반기업을 그만두고 나니 시니어가 재진입할 곳이 없더라고요. 주변만 봐도 재능 있고 경력이 있는 분들이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요.’ KBS에서 방송한 <명견만리>에서 사회적기업에 인턴으로 취직한 50대 중반의 말이다.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를 공론화시킨 <명견만리>는 노년의 생애를 다루며 새로운 생애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공감을 받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점인 2009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서비스의 생산·판매로 영업 활동을 한다. 또한,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져 활동가 5명만 모이며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조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 중심에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이들은 돌봄 서비스부터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사회적기업에서 인생 2막을 열정적으로 시작한다.

울산에서도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들이 꾸준히 창업되고 있다. ‘울산사회적경제센터’는 정부 부서들의 대표 창구로서 창업을 지원하고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일자리제공형, 사회서비스제공형, 지역사회공헌형 등이 있다. 조합은 이들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연결하고 관리한다. 나이에 따라 적합한 일의 영역이 있을 것이다. 청년을 고용하여 창의적인 역할을 주고 중년에는 관리, 판단, 서비스하는 일을 준다면 좋을 것이다. 청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기에 모두에 좋다. 무료 봉사가 아니라 최소한의 급여가 있기에 책임감을 높이고 안정적인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이나 취업 전 교육이 필수적이다. 은퇴하기 전에 재교육의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본인이 일해 온 기업에서 이들을 위해 재교육의 시간을 내어준다.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된 우리도 정부와 기업이 지원하는 시스템이 더욱 확대되고 공고해져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이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출생률이 낮아지고 청장년층보다 노년 인구가 더 많아지는 노년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50대, 60대, 70대의 ‘서드 에이지’가 역량을 발휘하여 그 지역의 취약계층을 돌본다면, 본인과 돌봄 받는 이의 삶의 질이 좋아지고 국민총생산이 크게 올라가고 노년층이 줄어들기에 4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퍼네이션(funation)’은 재미(fun)와 기부(donation)의 합성어이다. 회사와 생존을 위해 수십 년 일하고 은퇴 후 사회적 기업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일을 하며 너무 재미있고 보람 있어 행복하다는 이들을 보니 흐뭇하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축제 줄잇는 울산…가정의 달 5월 가족단위 체험행사 다채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