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해오름동맹과 부울경, 울산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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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해오름동맹과 부울경, 울산의 선택은
  • 경상일보
  • 승인 2022.09.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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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길 울산시의회 부의장

울산을 중심으로 두 가지 형태의 지역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부울경 메가시티 이고, 다른 하나는 해오름동맹이다. 두 가지 모두 울산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울산이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대상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대상을 필자는 해오름동맹이라 생각한다.

해오름동맹은 태백산맥 끝자락에 늘어선 울산, 경주, 포항간 상생협의체를 말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부산 울산 경남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인구 775만명의 초광역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고, 해오름동맹은 인구 187만명의 대도시 권역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경제적 규모나 경제효과 그리고 지역면적 등의 요소로만 판단해 본다면 부울경 메가시티가 월등한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해오름 동맹은 부울경의 4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울경과는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이다. 부울경의 경우 면적은 1만2372㎢, 경제규모(GRDP)는 281조원에 달하고, 해오름동맹은 면적 3515㎢, 경제규모는 104조원에 불과하다. 모든 면에서 해오름동맹이 부족해 보이지만, 경제규모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부울경은 3600만원, 해오름동맹은 5600만원이다. 규모는 작은 대신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다. 절대우위는 부울경에 있겠지만 비교우위는 해오름동맹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역사적 문화적 공통점도 해오름동맹은 울산에게 더 친화적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산 경남은 가야문화권에 해당되고, 울산 경주 포항은 신라문화권에 해당된다. 진흥왕 23년 신라는 대가야를 멸망시키게 되는 데, 당시 신라의 무기를 생산하는 전진기지는 다름아닌 울산의 달천철장이었다. 울산의 철은 비소함량이 높아 훌륭한 무기의 재료로 유명하였고, 신라가 삼국통일을 주도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교역항이 없었던 경주가 주 교역항으로 사용하였던 곳이 울산의 반구항이었다. 지금은 내륙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의 반구항은 신라시대 최대 무역항으로 페르시아와 유럽의 유물이 반구항을 통해 경주로 이동하였다. 사실상 울산과 경주는 한 몸으로서 오랜 시간 공존해왔다고 볼 수 있다.

포항은 경주와 형산강을 공유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형산강의 원류는 울산 두동에서 시작된다. 또한, 울산 장생포항이 예로부터 고래잡이로 유명하지만, 포항의 구룡포항 역시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었던 쌍두마차가 바로 포항과 울산이다. 1968년 문을 연 포항제철은 산업의 쌀 철강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1972년 현대중공업이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경주를 사이에 두고 울산과 포항은 공업화를 이끌며 국민경제를 선도하였고, 천년의 문화를 간직한 경주는 신라 고도를 그대로 간직하며, 산업화와 더불어 인문적 소양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서쪽으로 태백의 준령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동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가 자리잡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벨기에는 물류산업과 화학산업을 기반으로 벨기에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강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중간에서 강소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해오름동맹 역시 벨기에의 사례와 같이 대도시권역의 틈바구니에서 강소지역으로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필자는 부울경 메가시티 보다 해오름 동맹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규모의 경제가 강조되는 시대가 아니라 고유의 독창성이 부각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 하고 있다. 커다란 덩치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혜안을 발휘할 때이다.

강대길 울산시의회 부의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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