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간의 움츠렸던 사회활동과 취미생활이 위드코로나 시대와 함께 폭발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아트페어, 아트테크, 아트딜러 등을 키워드로 하는 미술품 감상과 구매도 그 중의 하나다. KIAF, 화랑미술제 등의 아트페어에도 더 많은 갤러리(화랑)와 컬렉터들이 참여하며, 관람객도 급증했다. 2022년 7월 울산에서도 UiAF(울산국제아트페어)로 국내외 100여개의 화랑들이 작품을 소개했고, 가까운 부산에서도 아트페어가 성황리에 진행됐다.
아트테크가 열풍이라는데 나도 그림을 살 수 있을까? 초보자라면 가까운, 혹은 유명한 갤러리에 방문해 큐레이터의 추천으로 구매하는 방법이 제일 쉽다. 100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모이는 행사인 아트페어도 추천한다. 경매도 한 방법이다. 작품 가격이 수천만원대라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그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렌탈 시스템도 이용할 만하다. 금전적 여력이 부족하다면 월 단위, 연 단위로 정기적인 금액을 작가에게 지불하고 작품은 본인이 갖고 있는, 할부개념의 소장 방식이다. 여러 사람이 지분을 나누어 수십억, 수백억원 이상 가는 작품들을 구매한 다음, 훗날 거래시 수익률을 배분받는 투자개념의 접근 방법도 있다. 투자를 해도 작품을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 담당 갤러리에서 책임관리를 한다.
아트테크는 최근 몇년 사이에 생겨난 일시적인 유행은 아니다. 이전부터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온라인 전시와 경매가 활성화하고, 공동구매로 소액구매 또는 장기할부가 가능해지면서 20~30대로 확대됐다.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 걸린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은 4000만원이 넘는 그림이지만 주인은 무려 195명이나 된다. 작품 소유권을 350조각으로 나눠 각자 적은 금액씩 투자한 것이다. 작품 대여와 처분 여부도 함께 결정하고, 이익은 나눠 가진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 거래금액을 기록했다. 서울옥션, 케이옥션을 포함해 마이아트옥션, 아트데이옥션, 아이옥션, 에이옥션, 칸옥션, 꼬모옥션 등 국내 8개 경매사가 1년동안 온·오프라인 미술품 경매를 통해 낙찰시킨 총액이 3249억원이다. 2020년 1153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와 여러 사회이슈로 인해 2020년 경매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미술품경매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문제는 TV와 신문 등의 각종 매체들이 최고가 낙찰과 상승된 금액만 보도하다 보니 미술품이 투자 가치로만 인지되거나, 미술품이 주는 감동에는 ‘와~ 비싸다~’만 남는다는 것이다. 미술품의 특성상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작가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런 점만 바라보고 투자목적으로만 미술품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술품이 주는 진정한 감동과 기쁨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트테크의 독특한 매력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론 투자의 성과를 거두기도 어려워진다.
섣부른 미술품 투자보다는 투자에 앞서 해외여행을 하듯 미술품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시작해서 에어텔, 자유여행으로 나아가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점점 더 알아가듯이 미술품도 서서히 접근해야 한다. 처음에는 큐레이터의 추천으로 작품을 알게 되지만, 그 다음엔 자유여행처럼 기대감과 설렘을 갖고 직접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구매와 소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여행에서 풍경을 눈에 담듯이, 작가의 작품을 눈으로 담기만 하는 미술여행도 충분히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지역적 공간으로의 여행과는 다르게 내 마음속 감성을 찾아내는 미술 여행은 공간도 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작이 어렵지, 소소하게 작은 작품부터 시작해서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구매하면서 작가와 교감하다보면 작가의 성장과 보람도 공유할 수 있다. 작품 구매는 작가에게 응원과 지원이 되어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가능하게 해서 점점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올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소통적인 접근이야말로 미술품 투자의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영진 갤러리리아 대표 삼영화학 대표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