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가을의 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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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가을의 어부지리
  • 경상일보
  • 승인 2022.09.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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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아주 오래전 미국에 ‘맑은공기법(Clen Air Act)’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자료를 구하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다. 지금이야 인터넷에 다 나오지만 인터넷이 쓰이기 전의 일이었다. 그 법에 캘리포니아 주에 자동차를 팔 때는 적어도 3%는 전기차를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만든 것인데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환경오염을 막고 또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내 놓은 걸작이다. 1980년에 미의회는 ‘포괄적 환경 대응, 보상 및 책임법(CERCLA)’을 제정해 오염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정화를 해야하고 안되면 EPA가 주도해 정화하는데 쓰도록 지금의 제조물책임법(Product liability)처럼 기금인 수퍼펀드(super fund)를 조성하도록 했다.

그때 생각이다. 전기자동차는 전기모터로 바퀴를 돌린다. 그럼 모터는 전기로 돌려야 할 텐데 전기를 어떻게 공급받지? 당시의 배터리로는 어림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차처럼 일정한 도로만 달린다면 모를까 말이다. 황산용액이 들어 있는 배터리의 음극과 양극에 직류 전원을 공급해 충전을 했고 그걸로 마을 앞 대추나무에 사랑처럼 걸린 확성기에서 울려 퍼지는 이장님의 방송을 듣던 시절이 아니던가.

자동차가 서서히 전기차로 바뀌니 매연과 소음공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전기도 화력으로 만드는 것이 많겠지만 배터리의 수명이 길어지니 폐기로 인한 공해문제도 줄어든다. 참 좋은 일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8월25일 가솔린 신차의 판매 금지령을 승인했다. 주 규제 당국은 가솔린 차량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2035년까지 완전 중지할 계획이다.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시기문제이지 결국에 갈 길이다. 이번 결정은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이상 기후와 맞서기 위한 조치다. 주 정부는 가솔린 차량에서 전기 자동차와 같은 탄소배출제로(CF100) 차량으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WTO의 GATT나 FTA, 또는 USTR의 수퍼 301조 등으로 통상 문제를 해결해 왔다. 자유무역 협정(FTA)은 당사국간에 별다른 제약 없이 거래하자는 것, 얼마나 좋은가? 단 기술이 없으면 수입시장을 열어주어야 하고 가공 없는 원자재나 농수산물 정도를 팔아먹을 것이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결국에 수출하는 만큼 수입을 해야 한다는 공평한 교역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와 맥을 같이하여 미국 무역대표부(USTR: the US Trade Representative)가 불공정 무역국가를 선별해 우선협상대상국가(Priority Foreign Countries)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들 PFC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시장개방협상을 하도록 종용하는 조항이 무역법(Trade Act of 1974)의 수퍼 301조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 불공정 무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권이다.

그런데 미국이 돌연변이 같은 ‘미국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들고 나섰다. 그간 풀었던 돈을 거두고 물가를 잡자는 것이지만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민의 일자리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미국에 전기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고 중국산 원재료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기배터리를 만드는 원재료는 중국에서 정제된 것이 대부분이라서 갑자기 어쩌지 못하는 나라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사실, 그동안 싸다는 이유로 중국의 전기자동차가 전 세계를 누비고 있었고 귀해서 희토류이기도 하지만 그 정제를 3D 산업이라고 기피했던 것이 이제 와서 무기가 된 것이다.

근자에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칩4(한미일·대만 4국 반도체 협의체) 등을 들고 나온 것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블록이 되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맞닥뜨린 현실이다. 중국이 팽창일로에 있고 대만과 주변국을 위협한다. 러시아가 에너지와 무력으로 이웃나라를 침공하는 것이 현실이니 미국이 대응하는 힘의 민주주의다. 자원과 기술, 힘이 있어야 한다. 절대적으로 국력을 결집해야 하는 이때에 정치판을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추석이 지나니 가을인데 천고마비가 아니라 어부지리(漁父之利)가 먼저 떠오른다. 어부가 올까 걱정이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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