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여지없이 “돈 많은 백수요.”나 “건물주요.”라는 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공부에 흥미가 없고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프로게이머, 공부에 한창 열을 올리는 학생들은 의사가 되겠다고 한다. 몇몇 조용한 학생들은 평범한 회사원이 될 거라고 한다. 유행처럼 유튜버나 틱톡커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이 늘었고, 아이돌을 뽑는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로 가수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은 줄었다.
이 어린이들은 자라서 여건과 능력에 맞춰 결국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릴 적 꿈과 일치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부터도 어린 시절 장래희망에 교사라는 직업은 없었다. 운동이나 예술 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어려서부터 꾸준히 했다면 그와 관련된 일을 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막연히 장래희망을 만들어 놨다면 어릴 적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그건 꿈이 아니라 그저 어른들의 질문에 방어하는 용이거나 빈칸 채우기 용일 수도 있다.
한국의 평균적인 어린이, 청소년으로 일과를 보내면서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른들이 말하는 좋은 상급학교 진학과 고소득 직종으로의 취업, 또는 막대한 부의 형성을 진로의 전부라고 받아들인다면 딱히 재미있을 게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 행운을 가졌더라도 학업과 관련이 없으면 지지받기가 어렵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몇몇 직업군들이 대중들에게 소개되면서 댄서나 웹툰 작가 등 새로운 직업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 일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는 아주 낮은 확률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사자 돌림’에 대한 식지 않는 열망은 10대들에게 재미있는 일을 기웃거릴 시간을 빼앗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시험 문제를 풀게 한다.
재미있는 게 뭔지는 직접 해봐야 안다. 그런 의미에서 진로교육은 미래의 유망 직업을 소개하는 시간이 아니라 직접 뭔가를 도전해보고 실패해보는 시간, 말 그대로 공부 말고 여기저기에 한눈 팔 시간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직업을 체험한다는 것은 그 직업군의 의상을 입고 역할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해보고 그 일을 배워보는 것이다. 또한, 진로교육은 노동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이어야 한다. 결국 누군가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봤을 때 유망하지 않은 일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직업 또한 세상에 꼭 필요하다. 따라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긍심, 타인의 노동에 대한 존중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결국 진로교육이란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가질지가 아니라 어떻게 삶을 살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민정 온남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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