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힌남노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우리나라 주변에서 3개의 태풍이 서성이고 있다. 제12호 태풍 ‘무이파’와 제13호 태풍 ‘므르복’, 지난 화요일 새벽 열대소용돌이로 발생해 하루새 ‘난마돌’로 이름 붙여진 제14호 태풍이다. 태풍의 수명은 1주일에서 한 달 정도다. 1974년 발생한 29호 태풍 헤스터는 발생 6시간 만에 소멸했다. 반면, 1986년 14호 태풍 웨인은 19일 하고도 6시간으로 지금까지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긴 수명을 자랑한다.
한번에 5개의 태풍이 지나간 때도 있었는데, 지난 1960년 8월23일 14호 태풍 베쓰를 포함해 5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한꺼번에 영향을 미쳤다. 또 1965년 9월 한 달 동안 20호 태풍 올리브를 포함해 무려 8개 태풍이 하루도 빠짐없이 활동했다. 통상 한해에 25개의 태풍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3개의 태풍이 부지런히 발생하는 것 역시 그리 이색적이지는 않다.
태풍은 실제 8월(5.6개) 여름에 가장 많이 발생해 우리나라(1.2개)에 가장 많이 급습한다. 그런데 왜 가을태풍을 걱정하는 것일까? 2003년 태풍 ‘매미’(9월6일), 2007년 ‘나리’(9월16일), 2010년 ‘곤파스’(9월2일), 2020년 ‘하이선’(9월7일), 이들의 특징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남긴 가을 태풍이다. 바다의 뜨거운 열기와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높을 때 강한 세력을 유지한다. 태풍의 주요 무대인 북태평양 적도 인근의 해수면 온도가 26℃만 되어도 태풍이 생성되는데, 수온이 가장 높아지는 때가 6월 말(하지)부터 9월 말(추분) 사이다. 바닷물은 육지보다 서서히 데워지고 서서히 식기 때문에 10월까지도 태풍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문제는 가을 태풍이 더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0년 간 태풍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8월은 5.6개, 9월은 5.1개, 10월 3.5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10년(2011~2020년) 자료를 보면, 8월에 5.1개, 9월 5.3개, 10월 3.7개다. 또한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연평균 2.5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반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0년 동안은 4개의 태풍이 영향을 줬다. 태풍 발생빈도도 증가추세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의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1~2도 가량 높고, 전세계 수온상승보다 더 가팔라 한반도는 더이상 슈퍼태풍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태풍이 급습할 때의 대비도 중요하지만, 슈퍼태풍에 대비한 기후위기 차원의 재난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