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민참여 도시재생사업, 지속성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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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주민참여 도시재생사업, 지속성에 초점 맞춰야
  • 경상일보
  • 승인 2022.09.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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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중구가 도시재생을 위해 시행했던 많은 사업들이 방치되면서 재생은커녕 오히려 도심 속 흉물이 됐다. 친환경 에너지로 휴대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원도심 미니 발전소’는 수리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문화의 거리에 조성한 ‘노랑문고’는 타지 소식지 위주의 책 6권만 보관한 채 녹슬고 거미줄까지 쳐져 있다. ‘똑딱길 화분 꽃길’과 ‘울산읍성길, 허브향으로 물들이다’ 사업으로 설치된 골목 화분들도 도난 당하거나 관리소홀이 여실했다.

중구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공모를 해서 시행 비용으로 500만원을 지원했으나 시행 후 시설 유지와 보수를 위한 지원은 거의 하지 않은 탓이다.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추진에 참여함으로써 도시재생 사업의 취지를 실현하기는 했으나 사후관리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맡겼다는 것이 문제다. 예산도 없이 주민들 스스로 수년간 꾸준히 관리하기를 기대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적쌓기용 탁상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구는 지역 주민·상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밀착형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주민공모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30여개 사업을 진행했다. 5년여가 지난만큼 30여개 사업들에 대한 전면적 점검이 필요하다. 점검을 통해 주민들에게 유용한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사후 관리를 해야겠지만 애초에 지속가능성이 없는 사업을 선정한 것은 아닌지도 가려내야 한다.

중구 원도심처럼 인구의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과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도시가 쇠퇴한 경우에는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대부분 지속가능성이 없다. 도시재생은 눈에 띄는 새로운 시설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지역내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갖추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미니발전소나 노랑문고처럼 ‘나는 필요하지 않지만 막연하게 누군가 사용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시설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휴대기기 충전은 길거리에서 한참동안 서서 기다려야 하는 미니발전소 보다는 카페나 음식점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랑문고도 지속적으로 최신 도서를 구비하지 않는다면 효용성이 없다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골목길 화분 도난이나 관리부실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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