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마지막 날,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재난이 한창이던 때,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연경관이 좋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주요 20개국(G20) 환경·기후장관 회의를 열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회의는 폐막되었다. 석탄화력과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 제한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대기 중 오염물질은 크게 기체상과 입자상의 2가지로 분류된다.
기체상 오염물질은 그 화합물의 명칭만으로도 각각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오염물질이라기보다 산소, 질소처럼 대기 조성물질 중 하나로 취급되지만 대표적인 온난화 원인물질이다. 메탄(또 다른 온난화물질), 일산화탄소, 오존,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은 기체상 대기오염 물질로 취급한다.
입자상 미세물질은 개개의 입자의 조성과 크기가 다르다. 그 영향도 단순한 화학적인 조성뿐만 아니라 입자의 크기 요소가 중요하고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크기(입경)가 10㎛(PM10)이상의 입자는 비교적 크기 때문에 폐로 들어가기 전에 기도에서 걸러지며, 그 이하의 것은 체내로 들어가게 된다.
특히 2.5㎛(PM2.5)이하의 것은 폐포까지 들어가 침착돼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킨다. 연소과정에서 생성된 미립자는 그 표면에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발암물질) 등 수백가지 화합물이 도포되어 있어서 폐암이나 기관지 천식의 원인이 되고 있음이 동물실험이나 역학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기체상·입자상 물질의 근원지는 공장, 화력발전, 교통(자동차), 난방, 쓰레기소각, 축산업, 그리고 실내 발생 오염물질 등 인간 활동에 의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화가 된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하루생활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낸다고 한다. 실내라 함은 일반가정이나 사무실을 가르키는 것 뿐만 아니라 실내작업장, 공공건물, 병원, 지하시설물, 상가, 교통수단 등 광범위한 공간을 의미한다. 실내환경에서는 대기환경과는 달리, 물리적 화학적 및 생물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오염물질이 존재하고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기환경과 구별하여 취급된다.
실내 공기오염과 관계되는 위험요소로 앞서 언급한 입자상 물질과 기체상 물질뿐만 아니라 미생물과 화학약품 등이 포함된다.
지난 달 이러한 공기오염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환경부 주관의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 유엔 환경 계획(UNEP)의 파튜 박사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대기오염과 건강위기 문제에 대한 조사 발표’에서 아시아인 92%(약 40억명)가 나쁜 공기질에 노출되어 있다면서 특히 취약계층 중 400만명이 정상 수명을 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계속 이같은 공기 오염에 대한 해결책을 갖지 못할 경우 2030년에 이르면 PM2.5농도가 현재보다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따르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파괴, 환경오염의 삼중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오존, NO2, SO2에 의한 환경오염이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 대해서 △폐 성장 장애 및 기능저하, 천식 및 호흡장애 △뇌성장 장애 △어린이 암 발생 △심장 질환 증가 등 심각한 현상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UNICEF 보고에 의하면 아시아·태평양지역 10억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공기오염에 노출되어 있어서, 이로 인해 지난 2019년 한해 동안 사망한 신생아가 21만6000명에 이르렀다.
미세먼지 문제 등 공기질 문제와 기후위기 문제는 같은 뿌리 선상의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촌 모든 국가들, 특히 기후위기에 기여도가 높았던 소위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기 전에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한 희생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파리기후협약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응답으로 지구촌 국가들의 행동은 ‘아니다’라고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할 것으로 안다.
허황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