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건축과 여행 그리고 문화(73)]페르시안 블루, 이맘 광장의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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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의 건축과 여행 그리고 문화(73)]페르시안 블루, 이맘 광장의 모스크
  • 경상일보
  • 승인 2022.09.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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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건축학

전설처럼 신비스러웠던 고대 페르시아의 문명도 중세에 이르러 서서히 그 빛을 잃고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지게 된다. 우리의 고려시대가 그러했듯 이민족의 잦은 침략과 지배로 역사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새로운 종교, 새로운 문명이 이 땅을 지배했다. 특히 7세기 이슬람의 확산은 이란을 오늘날까지 이슬람 문명권에 편입시키는 문명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이슬람 문명이 페르시아 땅에서 새로운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모스크는 이슬람 도시의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자 건축이었다. 모스크 건축은 사우디 메디나에 소재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집에서 기원한다. 하지만 이를 형식화하고 고급화한 것은 페르시아인들이다. 그들은 사산조 페르시아 궁전배치를 모스크 건축에 적용해 새로운 양식을 만들었다. 사방에 대문(Ivan)을 둔 아케이드 내정, 스퀸치를 발전시켜 구축한 돔 지붕, 현란하게 빛나는 채색 타일, 그리고 기하학적 모자이크 문양에 이르기까지 페르시아 건축의 옷을 입은 새로운 모스크 형식이 발전한 것이다. 이는 이슬람이 중앙아시아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모스크 건축의 모델이 되었다.

이란에서 모스크 건축의 절정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맘 광장에 있는 로얄 모스크(현재 이맘 모스크)를 앞세울 것이다. 이는 왕실을 대표하는 모스크로서 광장의 가장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건축 또한 사파비 시대의 영광을 표현하는 가장 장려한 작품이며, 모스크 건축의 결정판이다. 사파비 시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압바스 1세가 1692년에 완성한 것이다.

▲ 정교하고 화려한 모자이크 문양들이 신비로운 빛을 토해내는 쉐이크 로폴라 모스크 돔 천장.
▲ 정교하고 화려한 모자이크 문양들이 신비로운 빛을 토해내는 쉐이크 로폴라 모스크 돔 천장.

이맘 광장을 둘러싸는 아케이드의 남쪽 중앙, 바로 광장의 중심에 그 출입부가 있다. 대문 양옆에 높이 42m의 거대한 두 개의 미나레트를 세우고, 27m 높이의 아치 문을 두어 중심건물로서의 위격을 갖추었다. 현관부를 지나면 45도 정도로 틀어진 키블라 축의 동선을 따라 모스크 중정에 도달한다. 동선이 꺾이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절묘하게 진입부를 만들었다. 중정에 들어서면 전형적인 모스크 배치처럼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방형 중정과 각 면의 중심에 있는 4개의 대문(Ivan)을 볼 수 있다.

중정의 형상이나 배치방식이 그리 특별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중정을 둘러싸는 아케이드와 이반을 둘러보면 사파비 왕조의 화려한 장식성과 고급성에 절로 입이 벌어진다. 특히 키블라를 향한 남쪽 이반이 규모나 장식에서 가장 압도적이다. 48m 높이의 미나레트와 대문 아치가 광장에서의 입구처럼 황홀한 자태로 눈길을 이끈다. 모자이크 타일에 관한 한 이란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페르시안 블루를 주조로 하는 휘황한 채색 타일과 현란한 기하학적 문양들이 시선을 홀리게 한다.

이반의 반구형 돔 안에는 모두 무하르나스(Muqarnas)라는 장식을 두었다. 이는 종유석 형이라는 뜻으로서 이란건축이 발전시킨 고유한 특성이다. 반구형 돔 천장 안에 종유석이 매달린 것처럼 장식한 것이다.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무하르나스는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처럼 찬란하다. 가히 페르시아 건축예술의 진수라 할 것이다. 벽돌 위에 회칠을 하고, 채색 타일로 장식해 만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내부에는 한 변이 22.5m인 정방형 지성소를 설치했다. 높이 54m의 거대한 돔과 현란한 모자이크 장식은 왕실 모스크로서의 품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그만한 돔의 높이를 느낄 수 없다. 안쪽으로 내부의 돔(높이 38m)을 두어 이중 돔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중 돔은 공명효과를 위해 설치됐다고 한다. 그 간격은 16m로서 돔의 중앙에 서면 7번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 길게 반복되는 기도 소리와 코란의 독경은 화려한 색채감으로 메아리치면서 신비로운 신앙체험을 유도한다.

내부공간의 절정을 보려면 쉐이크 로폴라(Sheik Lotfollah)에 들러야 한다. 광장의 동쪽 면에서 알리 카포 궁과 대면하고 있는 모스크로서 역시 압바스 1세 시기의 작품이다. 이 모스크는 왕녀들 전용의 기도처로 사용된 것이라 한다. 모스크의 배치는 가장 비(非)이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정도 없고 이반도 없으며, 미나레트도 없다. 내부공간 만으로 구성된 은밀하고 신비스런 기도처이다.

이 모스크 역시 키블라 축에 따라 아케이드 축과 45도 틀어져 배치되었다. 아케이드에 포함된 입구에서 미로와 같은 통로를 따라 진입한다. 통로는 다시 직각으로 꺾어져 기도실로 연결된다. 은폐적인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은 돔 천장으로 구성된 통로는 벽에서 천장까지 복잡하고 세밀한 문양으로 장식된다. 보석함 속을 걷는 듯 황홀한 공간이 연출된다.

기도실로 들어서는 순간 쏟아지는 황금빛 물결, 경악스러움에 소름이 돋는다. 기도실은 정방형 평면 위에 내접하는 돔을 설치한 간결한 공간이다. 그러나 바닥으로부터 벽과 천장에 이르기까지 정교하고 화려한 모자이크 문양들이 신비로운 빛을 토해낸다. 모자이크 타일은 더 이상 건축 재료나 장식이 아니라 보석의 차원이다. 마치 자개나 칠보처럼 건축의 내부공간을 보석으로 세공한 거대한 예술품이라 할 수 있다.

거대한 돔 천장은 그물망 같은 패턴으로 정점을 향해 올라간다. 중앙으로 향하는 상승감이다. 유럽의 중세 건축이 조소적 건축이라면 중동 이슬람 건축은 패턴과 색채의 건축이다. 돔 하부의 드럼에 설치된 투각 창들이 모자이크의 문양과 색상을 신비롭게 드러낸다. 돔의 정점에서 한 줄기 빛이 직선으로 쏟아진다. 페르시안 블루, 그것은 하늘이며 생명수의 상징이다. 그들은 이 사막 위에 신비롭고 생명력이 넘치는 낙원을 만들었다.

강영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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