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중구 원도심 거리에 통행방해 시설물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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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울산 중구 원도심 거리에 통행방해 시설물 너무 많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9.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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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중구는 울산초등학교 부지가 시립미술관 입지로 결정되자 원도심 일대를 문화의거리로 만들기로 하고 새단장을 했다. 차와 사람이 두루 수월하게 통행하기 위해 중심 도로 대부분을 일방통행으로 확대 운용하면서 도로를 보행자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도로 폭이 좁고 상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도심 내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문화적 향취를 느끼고 아울러 상가활성화도 이루자는 취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일방통행으로 어렵게 확보한 원도심의 거리는 보행자가 아니라 각종 시설물 차지가 돼 버렸다.

온갖 조형물에다 커다란 화단과 벤치까지, 각종 시설물들이 도로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걷기 좋은 도로를 만든다고 해놓고는 정작 많은 시설물들이 통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가로수만으로도 충분한 중앙선에는 커다란 화분들을 줄줄이 들여놓아 도로를 비좁게 만들고 있다. 랜드마크나 포토존이 될 만한 한두개로 충분할 조형물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조소작품에다 마두희 조형물, 한글상징물, 울산큰애기, 조명장식까지 주제의 일관성도 조화로움도 찾아볼 수 없다. 통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시각공해까지 유발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아트오브제라는 이름으로 2019년 설치한 벤치다. 문화의 거리 100m 구간에 설치된 이 벤치는 간접조명이 들어가 있고 일반콘크리트보다 강도가 5배나 강한 고성능 콘크리트(UHPC)를 사용했다고 해서 예산을 7억원이나 투입됐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이 재료는 불과 4개월여 만에 상판에 금이 가고 결로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용도가 벤치이기는 하지만 흔히 거리에 놓여 있는 길고 좁다란 의자가 아니다. 노폭의 3분의1을 뒤덮고 있는 구조물이나 다름없다. 밤에는 조명까지 들어와 거리의 전체 이미지도 확 바꾸어 놓는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거의 없다. 낡고 더럽고, 주변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어 앉아 있기가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이다. 아트오브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문화의 거리라고 해서 많은 볼거리로 치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폭도 좁은데다 상가도 많은 거리다. 더 이상 장식이 필요치 않다. 깨끗하게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옛 울산교(蔚山校)에서 울산교(蔚山橋)까지 길게 뻗은 문화의거리를 진정으로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고 싶다면 랜드마크가 될 만한 조소작품 한두개를 제외하곤 전부 걷어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빼는 것이 곧 더하는 것이다’(Less is more)라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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