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 시절 건축사의 건축유형학 분야에서 로지에 (M.A.Laugier)가 주장한, 건축의 근원을 원시 오두막에서 시작한다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다. 물론 그 전에 동굴생활도 했지만, 인류가 자신의 의지로 구조체를 축조해서 살기 시작한 것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원시 오두막의 형태는 뼈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움막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동네 정자형태도 비슷해 보이고, 텐트의 뼈대와도 비슷해 보인다.
여기서 좀더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전국을 휩쓴 캠핑 열풍으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 속 생활을 자처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원시적 본능에서 나온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전염병을 피하고, 자신과 가장 친한 사람들이 모여 산과 바다에서 원시 오두막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텐트를 세워 자연 속 생활을 하는 것은 우리 DNA 깊이에 이것이 안전하다는 의식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최근에는 자연 속에 세컨하우스를 지어서 좀더 안정적이고 도심 주거와 별다르지 않게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추세에 맞춰 대형 건축사사무소들도 모듈화된 소형주택을 설계하고 제작해 주문자가 원하는 곳에 간단히 설치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안전에 관한 의식은 건축적 행위와 땔 수 없는 요소이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생활에서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사람이 살고 있는 건축과 도시공간에 ICT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 안전 시스템은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스마트 빅보드 (Smart Big Board)를 설치하고 도시의 생활안전지도를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상정보, CCTV정보, 재난 정보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모니터링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자연 재난 및 사회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생활안전지도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는 교통안전, 재난안전, 치안안전, 시설안전, 산업안전, 보건안전, 사고안전, 안전신고 정보, 안전시설 정보 등 다양한 안전 분야 정보를 통합해 모니터링 및 분석을 하고 있다. 이 스마트빅보드를 통한 안전관리가 만능의 요술방망이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도시 삶의 안전성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아직 스마트빅보드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많지만, 이런 문제점이 드러날 때 마다 정보는 업데이트될 것이고 궁극에는 도시 안전성이 강화되리라 생각된다.
주거 분야에서 스마트 시스템의 도입도 시작되었다.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전자기기들을 통해, 빈집을 스마트폰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전열기들을 집밖에서 컨트롤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시스템을 건축할 때부터 제공하는 주택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사례를 보면, 도시는 생각보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이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도심의 과도한 밀도, 빛과 소음 공해문제, 공기질 문제, 범죄나 사고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도시를 등지기보다 좀 더 스마트해지는 건축과 도시에 익숙해지고 활용할 수 있는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스마트 환경 구축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교육의 기회와 재정적 지원 그리고 개인의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도시의 삶이 더 안전하고 편안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정수은 울산과학대 건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