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칼럼]울산대 의대 캠퍼스 이전, 복합의료단지 구축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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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울산대 의대 캠퍼스 이전, 복합의료단지 구축 기회로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9.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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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숙 논설실장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이 울산으로 대거 이전한다. 울산대가 울산으로 이전하다니, 어쩌면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사실이다. 1988년 의예과로 출발한 울산대 의대는 사실상 지난 34년간 서울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예과 1년만 울산에서 수업하고 의과대 교육의 대부분이 서울 아산병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최종 승인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3년 신입생부터 6년 과정 중 예과 2년과 본과 2년 합쳐서 4년은 울산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2년은 서울에서 마치도록 바뀐다. 온전히 울산대 의대라고 하기엔 여전히 미흡하지만 지역 의료환경 개선과 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문제는 의과대 캠퍼스다. 새 캠퍼스 부지로 남구와 울주군 등지를 검토하고 있던 울산대는 최근 현재 대학병원 인근의 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학교 병원이 동구를 벗어나 시내 중심가로 나올 것이란 기대를 저버린 결정이다. 이대로 간다면 울산의대와 대학병원은 영원히 동구라는 지리적 한계에 갇히게 된다. 동구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지 모르겠으나 울산시 전체의 입장에선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학병원은 지역의 중요한 의료자산이다. 사립대학 부속병원이라 해도 그 역할은 공공시설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엄청난 국비도 지원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코로나19 때도 그랬듯이 공공기관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왔다.

울산대병원이 시내 중심가로 나올 기회는 25년 전에도 있었다. 1997년 해성병원에서 울산대학교 병원으로 바뀔 때 남구와 울주군 등지에 부지를 물색했으나 울산시의 협조를 얻지 못해 결국 동구에 있는 해성병원을 증축해서 1999년 울산대학병원을 개원했다. 구체적으로 남구 무거동 한양화학 사택 옆 산자락 등지의 시유지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사립대 병원부지를 왜 시가 제공하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대학병원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의료환경 개선이라는 크나큰 혜택을 예상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낳은 결과였다.

똑같은 상황이 지금 반복되고 있다.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기회를 놓치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패다. 우리는 울산대학병원이 암연구소, 골수이식센터, 척추센터, 소화기병센터, 뇌혈관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유방센터, 모자보건환경센터, 스포츠재활치료센터, 울산지역암센터, 신생아집중치료센터, 갑상선센터 등을 속속 열면서 의료환경과 수준을 얼마나 높여놓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국회 국감에서의 지적에도, 교육부의 행정조치에도, 늑장을 부리다가 갑작스럽게 결론을 내면서 현재 병원 근처 건물 리모델링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울산대도 문제지만, 울산시가 의료환경 개선과 정주여건 향상, 바이오헬스 산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네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이 또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대표적 미래산업이다. UNIST가 스마트헬스케어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의과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고, 여기에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울산대 의과대학이 가세하면 울산은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산업의 중심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국립산재전문공공병원도 공사에 들어갔다. 동구에 있는 울산대병원만 제외하고 이들 기관들이 모두 범서읍과 무거동에 모여 있다. 굴화지구 또는 선바위지구에 연구와 진료는 물론 바이오산업을 포함한 복합의료단지를 구축하면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다. 의대 입학생 증원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울산대 의대 입학생은 한해 40명이다. 전국 의대 가운데서도 가장 적은 규모다. 의료인력 확보에 매우 취약한 울산으로서는 의대 이전과 함께 의료인력 양성 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의과대학이 동구에 있다고 해서 복합의료단지 구축이 불가능하진 않다. 하지만 긴밀성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효과가 줄어들 것은 틀림없다. ‘2022학년도부터 모든 이론과목 수업을 의과대학 인가를 받은 울산에서 운영하라’는 등 교육부의 5가지 시정명령이 다급하긴 하지만, 울산시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다면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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