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단 한명의 생명도 잃지 않는 소방 피난계획을 수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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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단 한명의 생명도 잃지 않는 소방 피난계획을 수립하자
  • 경상일보
  • 승인 2022.09.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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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주 울산 북부소방서장

지난 3월29일 충북 청주시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건물 10층까지 순식간에 번져 올랐다.

다행히 화재를 빠르게 발견해 수술 직전 작동한 화재경보기 소리로 산모가 대피할 수 있었고 의료진들의 신속한 피난유도 조치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화재 당시 병원에 있던 임산부와 갓난아기 50여명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여였고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던 11명의 임산부와 아기는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만약 의료진들의 신속한 피난유도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날 화재는 2017년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비슷한 유형이지만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이때 주목할 점은 의료진들의 신속한 피난유도였다.

평소 건축주 및 관계자가 용도별 특성에 맞는 자체 피난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을 때 유사시 안전한 인명 대피가 가능하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1조의 2에는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관계인은 그 장소에 근무하거나 거주 또는 출입하는 사람들이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도록 피난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난계획에는 특정 소방대상물의 구조, 피난시설 등을 고려한 피난 경로가 포함돼야 하며 피난시설의 위치, 피난경로 또는 대피요령이 포함된 피난유도 안내정보를 근무자 또는 거주자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피난유도 안내 정보에 포함 되어야 할 내용으로는 △화재경보의 수단 및 방식 △층별, 구역별 피난 대상 인원의 현황 △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 및 어린이 등 재해약자의 현황 △각 거실에서 옥외로 이르는 피난경로 △재해약자의 피난동선과 피난방법 등 그밖에 피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반 사항 등이다.

피난 경로는 간단명료해야 하고 피난 수단은 복잡하지 않은 원시적인 방법이어야 한다.

제연등으로 안전 구획된 양방향 피난로를 상시 확보하여 그 말단은 화재로부터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 화재 시 엘리베이터 사용은 금지하고 비상계단으로 피난해야 한다.

또한 인간의 본능적 피난행동 특성을 고려해 피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추종 본능은 화재가 발생하면 최초에 행동을 개시한 사람을 따라 전체가 움직임으로써 인명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귀소본능은 평소 자주 사용하던 출입구, 통로로 탈출하려는 본능을 말한다. 지광 본능은 화재 시 정전 또는 검은 연기로 인해 주위가 어두워지면 사람들은 밝은 곳으로 피난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울산북부소방서에서는 특정 소방대상물의 피난계획 수립을 독려하고 있으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난계획 수립 방법을 지도하기 위한 ‘소방안전 피난계획 수립 방법 안내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화재 등 재난의 비극을 겪고 나서야 그 위험성이 사회에 알려지고 후속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비극을 겪기 전에 건축물 관계자 스스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화재는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건축물은 위험 발생 제로의 완성도 높은 안전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은 피난계획 수립이다.

피난계획 수립을 통해 건축물 내부 곳곳의 위험 발생요인을 사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안전을 보완해 나가는 건축물 관리가 필요하다. 인명의 안전은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철저한 사명감으로 유사시 단 한명의 생명도 잃지 않는 피난계획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김규주 울산 북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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