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물이 자식을 낳을 때 전수하게 되는 유전정보는, 보통 해당생물의 세포 한 개 안에 염색체라는 이름의 분자들로 구성되어 들어있고 하나의 염색체는 DNA라는 유전물질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DNA는 또 염기라는 더 작은 분자 4가지의 조합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결국 유전정보는 유전물질들이 수십억가지 조합(염기서열)으로 배열이 된 상태로, ‘게놈’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한 생물이 가진 모든 유전정보를 일컫는 생물학 용어다. 이 배열이 이루어진 형태를 전부 밝히고 기록한다면 그 생물의 ‘설계도’(비유적 표현)를 갖게 되는 것이고 이 설계도를 만드는 기술을 게놈 분석이라 한다. 인간의 경우 2001년 미국에서 첫 사례 분석을 해냈다. 이를 통해 기대되는 것은 생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론 특정 유전배열이 어떤 신체적 특징을 만드는지, 특정 질병 발생 확률을 높이거나 줄일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추가연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추가연구는 한명이 아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분석이 이루어진 후 비교가 되어야 한다. 인간 게놈은 70억 인구 각각이 조금씩 다 다르다.
얼마 전 이루어진 울산 1만명 게놈 프로젝트는 시민 1만명의 게놈을 동의하에 기증받고, 이 정보들을 분석해 연구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게놈 분석 관련 대규모 사업이었다.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 역시 참여한 바 있다.
이 분석들이 어떻게 앞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의료분야만 예를 들어보자. 내가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데 나에게 기존의 약은 효능이 적거나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 인간의 신체는 비슷한 동시에 각각 다르고 약은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효과나 부작용 유무가 다 똑같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게놈정보를 이용해 나에게 맞는 약을 찾거나 심지어 맞춤약을 만드는 제약회사를 통해 주문할 수도 있고 그 맞춤약으로 부작용없이 내 질병치료가 가능하다. 또 게놈분석 결과 몇 년 안에 특정부위에 암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게 나와 이를 관리하거나, 아니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어 선제적으로 일부 절제 수술을 해서 위험도를 낮출 수도 있다. 방금 사례는 미국의 게놈분석 정보제공 회사를 통해 상태를 알게 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실제로 행했던 일이고 최근도 아닌 이미 8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석기술 및 활용분야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세계적으론 뒤쳐진 축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정서 및 생명윤리법상 이 분야 선진국들에 비해 연구결과를 기업들이 받아서 활용하기도 힘들도록 규제가 되어있는데, 울산시의 게놈규제특구 지정은 바로 이 분석기술 발전 및 분석을 통한 정보들을 활용한 연구를 지원하고, 그 연구결과를 활용해 해당분야를 발전시키고 관련된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일부 규제를 울산에서 완화시킨 것이다.
요약하면 연구, 연구 결과 활용, 투자유치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규제특구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당장의 결과도 결과지만 미래를 위해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게놈특구 지정은 단순 일자리를 떠나 앞으로의 의료 및 미래 파생산업을 위해서도 의미있는 일이며, 개인적으론 울산에서 이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낀다. 이 중요성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울산시민들이 알 수 있길 바라고, 그만큼 지원이 꾸준히 이어지길 기원한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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