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원도시에 풀이 무성…꽃심기보다 풀베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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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원도시에 풀이 무성…꽃심기보다 풀베기 먼저
  • 경상일보
  • 승인 2022.09.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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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도심 한가운데 풀이 무성하다. 가로수 아래 흙이 있는 곳마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곳에 따라 풀이 어른 키높이만큼 크다. 풀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인도 뒤편으로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을씨년스런 도로풍경으로 인해 마치 폐업한 가게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점에서도 자치단체에서도 풀을 베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 구·군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차량과 사람들이 무수히 오가는 도심 사거리의 인도 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북구의 경우, 그 이유는 담당 부서가 달라진 탓이다. 북구는 올해부터 풀베기 예산을 공원녹지과 건축과 등에 배정했다. 각 주민자치센터에 배정했던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는 구청이 직접 하기로 한 것이다. 예산을 아끼고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결과는 도심 거리의 제초작업은 도대체 왜 안하는 걸까라는 의구심만 불러일으켰다.

풀베기와 거리 청소를 위한 공공근로자들이 눈에 띄지 않은 지가 꽤 됐다. 대신 이예로 등 4차선 도로에서 간간이 중장비를 동원해 산비탈에서 도로쪽으로 넘어오는 풀을 쳐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원상복구 될 게 뻔한데 예산낭비만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역시나 비가 한번 오고 나니 어느 곳이 풀을 잘라낸 곳인지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도로 쪽으로 넘어온 풀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베내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풀을 제거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임에 틀림없다. 공공근로는 근로의 효율성 못지않게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그 목적이 있다. 도심 환경정화는 중장비에 의한 전문성 보다 애향심을 가진 동네 주민들의 공공근로가 훨씬 더 적격이다.

북구의 경우 지지난해까지 8개 동행정복지센터로 배정된 풀베기 예산은 1억원이다. 올해 공원녹지과 등지에 배정된 풀베기 예산은 14억9000만원이다. 담당부서를 바꾸고 예산이 늘어난만큼 효과가 있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율배반적이게도 각 기초지자체마다 정원만들기에 예산과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다. 북구는 정원도시조성을 위해 2026년까지 2955억원을 투입한다. 방치된 하천에는 그라스류를 심고 주택지구 나대지에는 꽃도 심고 있다. 매곡천변 워터플레이가든, 관문성정원, 강동권 감성포토정원 등 새로운 정원도 만든다. 도심 한가운데 도로가에 널브러진 풀은 내버려둔채 아무도 찾지 않는 나대지에 많은 돈을 들여 꽃을 심는다고 정원도시가 될까 의구심이 든다. 꽃단장한 정원도시보다 풀과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도시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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