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축제의 계절-진정성을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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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축제의 계절-진정성을 확보하라
  • 경상일보
  • 승인 2022.09.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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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우리나라에서 축제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계절이 가을이다. 울산에도 요즘 각종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9월에 마두희 축제가 개최되었고, 옹기축제가 9월말에서 10월 초에 개최된다. 10월에는 울산문화축전, 태화강공연축제 ‘나드리’, 처용문화제, 고래축제 등 11월에는 태화강국가정원에 각종 가을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축제의 발생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문헌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먼저 <삼국지>(三國志) ‘부여전’에 의하면 “정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음주와 가무를 즐겼는데, 이를 ‘영고’라 하였다”(以殿正月祭天國中大會連日飮食歌舞名曰迎鼓)라는 대목이 있으며, <삼국지> ‘고구려전’에 의하면 “시월에 온 사람이 모여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이를 ‘동맹’이라고 하였다”(以十月祭天國中大會名曰東盟)라는 기록이 있다. 또한 <후한서>(後漢書)에 의하면 “상고시대 예(濊)에서도 ‘무천’이라 하여 10월에 공동으로 하늘에 풍년을 빌고 추수를 감사하는 의식을 지내고 밤낮으로 춤과 노래를 즐겼다”(常用十月節祭天 晝夜飮酒歌舞 名之爲舞天)고 하였다.

이상의 기록을 살펴보면 우리 민족의 원시 제천의식에는 가무(歌舞)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무는 노래(음악과 시)와 춤으로 삼위일체의 종합예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조상은 농경민족으로서 힘든 노동을 위해 단결이 필요했으며, 집단적 안녕을 영위하기 위해서 신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았는데, 그 의식의 수단이 고대의 기록에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고대인들은 하늘을 숭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제천의식(祭天儀式)을 통해 풍년을 빌고 추수를 감사히 여기는 제(祭)를 올렸으며, 단결을 위해 그 기간 중에 음주가무(祝)를 즐겼는데, 이것이 축제(祝祭)의 의미로 발전된 것이다.

따라서 영고(迎鼓), 동맹(東盟), 무천(舞天)과 같은 제천의례는 원시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우리나라 축제의 문헌상 시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의 이러한 축제는 국가의 공식적 의식인 공의(公儀)와 마을의 수호신을 제사하는 민간차원의 마을굿으로 전승되어 오면서 우리나라 축제의 맥을 이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현대적 의미의 축제 등장과 함께 축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전국의 축제 수가 약 1000개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역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 지역주민의 화합을 도모하는 차원, 그리고 선심성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축제를 남발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축제의 빈도가 너무 잦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같은 주제나 인접 지역의 중복적 축제 개최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각 지자체에서는 양적 성장에 비해 독창성과 특색이 없는 소모성·일회성 축제 등 축제 고유의 재미와 매력을 상실한 무분별한 지역축제의 난립에 대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의 존재 가치는 진정성(authenticity)에 있다. 진정성이란 확실하고 근거가 있거나 믿을 만한 것 또는 참되고 바른 것을 의미한다. 많은 축제들은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해 지역민이나 방문객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축제를 거행함에 있어 ① 지역성과 역사성이 반영되어야 하고, ② 지역의 삶과 생활환경이 반영되어야 하며, ③ 축제의 프로그램이 주제와 부합되어야 하고, ④ 전통문화축제라면 토속적인 공연·음식·관습·춤·수공예품 등을 제공해야 하며, ⑤ 지나친 상업적 목적을 배제해야 한다.

이와 같이 축제는 진정성을 통해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참여하고 경험해 일체감은 물론, 해당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축제는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이다. 보다 진정성 있는 축제를 통해 후대에 길이 보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학 전 울산과학대 교수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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