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규제와 도시공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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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규제와 도시공간 관리
  • 경상일보
  • 승인 2022.09.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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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연구위원·도시계획기술사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 우리도 이렇게 예쁜 도시환경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배후의 산이나 강과 조화로운 스카이라인, 그 지역을 상징하는 성당이나 기념물을 어디에서든 조망할 수 있는 적정 높이의 건축물, 건축물의 지붕이나 외벽의 통일된 도시색, 100년 이상의 건축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들에 매력을 느끼고 그러한 도시공간을 간직하고 있음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일정 높이의 건축물로 특정 지역의 경관이 조화롭다던가 적색 또는 흰색의 지붕이 유지되거나 오래된 건축물의 외관과 골목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 지역에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관리하는 강력한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보행로 및 가로수 녹지공간이 매우 넓게 조성되어 어린이·노인이 걷기좋은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던가 배후의 산이나 강, 문화재 등의 조망점이 시각적으로 가리지 않고 열려있거나 자전거도로와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있다면 이 또한 도시공간 개발과 관련한 강력한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개발은 인근 지역에 교통체증을 발생시키거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고 햇빛이 들지 않게 하거나 시야를 차폐하며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또한 오픈스페이스를 감소시켜 정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방감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 특정 지역의 개발은 활동인구를 집중시켜 상권을 활성화하거나 공공시설의 수요 증가에 따라 기반시설 등 공공투자를 견인하기도 하고 지역에 활력을 주기도 한다.

한편 도시공간을 변화시키는 개발사업과 건축행위는 사업완료까지 일정 기간 이상이 소요되고 건축물내 기능이 입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규제 변화에 따른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시민이 체감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린다. 그리고 한번 개발된 구조물은 오랜 기간 변경되기 어려워 규제의 변화에 의한 도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

이렇듯 특정지역의 개발은 인접 지역 및 도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번 변경된 규제에 대한 결과는 매우 오랜기간 지속되므로 도시공간 관리와 연관된 규제완화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민간 분야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분명 없어져야 하나 건설경기의 침체나 부동산 여건 변화에 따른 지역 경제의 문제를 단순히 도시공간 관리의 규제 완화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절차적 규제는 완화하되 살기좋은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한 목표를 향해 가는 내용적 규제는 원칙을 지켜 세심하고 여러 측면에서,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울산이 지켜야 할 경관과 역사적 자원, 도시의 밀도관리, 기능 활성화를 위한 방향성, 도시민의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도시공간 관리의 원칙이 필요하다.

이 원칙은 도시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지역민의 공감대에서 형성된다. 도시공간을 공유하는 지역민이 아름다운 외국의 도시환경 가치를 인정하듯 지역 고유의 자연자원과 역사자원을 소중히 여겨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거나, 특정 공간은 고밀 건축물을 밀집시켜 기능을 집적화한다던가, 건축물 외관의 색을 통일하거나, 보행·녹지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과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단기적으로는 불필요하게 보이는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울산다운 도시공간을 만들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랜드마크 조망권, 역사건축물의 가치, 사람중심의 도시공간 관리에 대한 지역민의 가치와 공공의 가치가 공감대를 형성해 당장의 특정분야 규제완화 요구를 이길 수 있을 때 규제 또한 튼튼한 당위성이 생기고 지속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도시공간 관리의 기준이 정립될 것이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연구위원·도시계획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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