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인의 기후와 환경(9)]점점 강해지는 예측불허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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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인의 기후와 환경(9)]점점 강해지는 예측불허 태풍
  • 경상일보
  • 승인 2022.09.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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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자연재난에서 가장 극적인 현상으로 태풍이 빠질 수 없다. 지진도 강력하지만 태풍은 다가오는 것이 보여서 그 어떤 자연재해 보다 긴장감을 높인다. 또한 지나가고 보면 짧지만 그 여파가 강하다. 상상을 넘는 강력한 비바람 앞에 피해의 규모나 유형 또한 예측을 불허한다. 이번에 지나간 힌남노가 또 그랬다.

사건을 다시 구성해보자. 올해는 3년째 라니냐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것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지구 곳곳의 이상 기후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북서태평양에서 연간 발생하는 태풍 수는 14~36개 사이인데, 해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엘니뇨 혹은 라니냐로 변동하는 열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태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열대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이상 저온 상태를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북서태평양에서는 상대적으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간다. 라니냐 시기에는 전체 발생 태풍 수는 엘니뇨에 비해 적지만, 한반도 쪽으로의 진행 경로를 보여 더 위험해진다. 더욱이 북서태평양의 바닷물은 태평양 10년 주기 진동으로 오랜 기간 고수온을 유지하고 있어, 한반도로 다가오는 태풍의 강도가 더 세지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힌남노는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필리핀 인근 해상보다 더 먼 동쪽에서 발생했다. 태풍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는 고위도로 이동하는데, 힌남노는 오히려 서서히 서남쪽 열대 바다 쪽으로 이동하며 비정상적인 경로를 보였다. 태풍 한가운데 강력한 소용돌이를 유지하는 데에는 바닷물의 온도가 중요하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이 증발된 수증기는 마치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휘발유와 같이 연료의 역할을 한다. 수증기가 태풍 내부에서 비구름으로 만들어지면서 발생한 응결열은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내며, 강력해진 바람은 바닷물을 스치면서 더 많은 양의 수증기를 증발시키며 계속 연료를 공급한다. 장기간 더운 바다에서 힌남노가 체급을 키운 것이다.

여기에 또 다시 희귀한 현상이 일어났다. 힌남노가 또 다른 열대 저기압을 흡수하면서 더욱 강력해진 것이다. 두 개의 태풍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을 후지와라 현상이라고 한다. 태풍과 같이 두 개의 강력한 소용돌이가 마주치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붙어봐야 알 수 있다. 아직까지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예측도 복잡하다. 서로 밀치기도 하고, 합쳐지거나, 서로 따라가기도 한다. 2012년에는 볼라벤이 덴빈보다 늦게 발생했지만 한반도로 먼저 북상했으며, 후지효과로 인해 남중국해에 머물던 덴빈이 뒤늦게 경로를 바꾸어 북상하며 한반도에 피해를 연달아 입혔다. 이번에는 힌남노가 마주친 제23호 열대저기압은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바로 흡수되며 힌남노를 더욱 강력한 태풍으로 키웠다.

힌남노는 대만 동쪽 해상에서 급격하게 경로를 바꾸어 북진하면서 동중국해를 경유하며 라니냐 등으로 높아진 고수온으로 더욱 발달했다. 힌남노는 최대풍속 55m/s, 중심기압 915hPa로 최대등급인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하였으며, 크기 또한 직경 1300㎞로 대형 태풍으로 발달하며, 제주를 거쳐 한반도 남동쪽으로 진입하며 부산, 울산, 포항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특히 포항에서는 시간당 400㎜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발생했는데, 이것 도한 한반도 상층에 자리잡고 있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태풍이 몰고 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맞딱드리며 강력한 전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물에 잠긴 울산 태화강 둔치. 경상일보 자료사진
▲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물에 잠긴 울산 태화강 둔치. 경상일보 자료사진

힌남노의 전체적인 경로는 군사작전이라면 상당히 변칙적인 기동이었지만, 우리나라 기상청이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 KIM은 초기부터 이러한 비정상적인 이동경로를 정확히 예측했고, 조기 재난 경계도 체계적이었다고 평가된다. 대비할 시간도 충분했지만 워낙 강력한 비바람으로 포항제철의 조업 중단으로 1조7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고, 건물 침수 파손, 어선 파손, 도로 교량 피해, 농작물 침수 낙과 피해, 정전 혹은 전기공급중단 피해 등의 재산상 피해는 어찌보면 불가피해 보였다. 다만 거듭된 재난경보와 실시간 재난방송 송출에도 1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포항에서만 10명의 인명피해가 집중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웠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는 사후약방문이란 표현은 해당되지 않는다. 계속 되풀이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849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던 1959년 9월의 사라 태풍 사례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으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체계나 문화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위성 영상(2022년 8월30일). NASA
▲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위성 영상(2022년 8월30일). NASA

힌남노는 기후변화 때문인가? 지구온난화로 태풍의 활동이 유의미하게 변화했는가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았고, 미래에 태풍 활동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 또한 불확실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가 공식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는 앞으로 태풍의 전체 발생 수는 적어질 수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해양의 온도로 인해 우리가 겪어왔던 태풍보다 더욱 강력한 태풍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제시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 또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강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 동부로 접근해 올 때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폭탄을 사용한 날씨 조절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인간이 과연 날씨를 정복할 수 있을까? 영화처럼 어쩌면 언제가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상과학에 매달리기 보다는 점차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보다 더욱 강력해지는 자연재해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확도 높은 예측을 기반으로 재난 대응체계를 손봐야 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더 확실한 방법이다.

이명인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폭염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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