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 인상이 서민들의 이자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신규 상품은 연 8%를 넘어섰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빚을 갚아버리면 되지만 중소기업 등 다중채무자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쏠편한 직장인대출’의 최고금리가 전날 기준 연 8.12%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도 7%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 8월 2.86%로 하락했던 예금은행의 일반신용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다 2021년 9월 4%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 8월 6.24%까지 급등했다. 이는 2013년 7월 6.25% 이후 최고치다.
설상가상으로 미 연준은 올 11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 12월에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곧 9%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울산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울산지역 예금은행의 기타가계대출(신용대출 포함) 잔액은 4조1303억원으로 전월(4조1926억원) 대비 623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단기물 금리가 급등해 신용대출 금리가 치솟자 여윳돈이 있는 직장인들이 신용대출부터 갚은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에서도 그만큼 이자 압박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다중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방치하면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들은 지난 2020년 초 시작된 팬데믹 충격 이후 대출만기, 원리금 상환유예 등을 통해 위기를 넘겨왔으나 이제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지난달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보면 6개월 사이 44.7%나 늘었다.
다중채무자는 금리 인상기에 부실 가능성이 가장 커 대표적인 ‘취약 채무자’로 분류·관리되고 있다. 마침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최대 30조원 규모의 맞춤형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을 4일 공식 출범시켰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능률적으로 프로그램을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