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바라는 것이 없는 세대, N포세대가 주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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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CEO포럼]바라는 것이 없는 세대, N포세대가 주는 경고
  • 경상일보
  • 승인 2022.10.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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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선 우주특수산업 대표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우리가 일본을 따라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10년 후 모습은 일본이 될 것이다.’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는 ‘20~30대 N포세대의 증가’에 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혼 포기, 출산 포기, 내 집 마련 포기, 인간관계 포기, 꿈 포기, 희망 포기’ 등등, 혹여 주변에서 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고 쟁취하겠다는 의욕적인 20~30대를 만나본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또래 중에서 ‘특이한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하고 당연했던 ‘순리’가 더 이상 ‘순리’가 아닌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 모든 걸 안하면 무엇을 위해 살겠다는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의 20~30대, 이른바 MZ세대들이 이 평범한 것들을 포기한 대신 선택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남들 눈치 보지 않으며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를 보면 일본의 ‘사토리 세대’처럼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희망도 없고, 절망도 없고, 위로도 아래로도 튀지 않는 삶’을 원하는 사토리 세대는 돈, 연애, 집, 차 등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평범한 현재에서의 도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포기가 그들의 생활방식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살펴본다면 MZ세대의 N포현상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려워지는 경기와 사회적 불안으로 취업이나 결혼을 포기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젊은 의견이 늘어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경제 불황과 침체는 나아지기는커녕 물가와 집값은 몇 배로 뛰었고, 취업난은 여전했다. 반면 급여 상승률은 젊은 세대들이 청춘을 바쳐 일할 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들은 이제 3포가 아니라 5포 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 세대(5포 세대+꿈, 희망)에서 더 나아가 포기해야 할 숫자조차 가늠이 안되는 ‘N포 세대’가 돼버렸다.

그들이 포기한 것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저출산이다. ‘내가 안 낳겠다는데 그게 왜 사회문제가 되나?’ 출산율의 급감이 만들어낼 인구데드크로스는 ‘인구소멸국가’로 이어지게 하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출생 27.6만명 대비 사망 30.8만명으로 처음 인구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2021년 출산율은 0.808명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출산율이 낮다는 일본조차도 1.37명으로 우리나라에 비하면 양호한 편으로 나타났다.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가?’ 세대를 이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20~30대 청년들에게 있어 출산은 꿈꾸는 것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일자리 보장의 어려움, 경제 악화, 낮은 임금, 높은 주택비용과 생활자금 등의 생존 문제에 대한 압박감이 그만큼 심하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열심히 일했지만 사회적 체감 물가에 비해 수입은 너무나 낮으며 인상의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그나마 그렇게 얻은 일자리도 언제까지 보장될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작은 집에서 기본적 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그런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하고, 또 엄청난 교육비와 양육비가 들어가는 출산과 육아를 결심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저출산 문제는 개인과 국가 어느 한쪽에서만 노력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이 꾸준히 2, 3명대를 유지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가족을 중시하는 개개인의 인식과 종교, 문화도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생식보조의료비 전액지원, 대리출산허용 등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출산장려책도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출산장려정책으로 많은 지원이 시행되고 있지만 출산후 육아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출산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라 보육과 교육, 주거와 정주여건 등 수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통해 ‘아이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임시방편적인 대안이 아닌 ‘왜 지금의 세대는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물론, MZ세대들도 가족이 주는 행복과 경제적인 부담을 상쇄할만한 보람있는 삶에 대해 깊이 있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백용선 우주특수산업 대표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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