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이사금과 초고령사회 그리고 구강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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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이사금과 초고령사회 그리고 구강건강
  • 경상일보
  • 승인 2022.10.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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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신라 제 3대 유리왕은 유리 이사금이라 불렀다. 이사금이란 신라 제3대 유리왕(儒理王)으로부터 제18대 실성왕(實聖王)까지 쓰이던 임금의 칭호였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이사금에 의하면, ‘이사금’이란 ‘치리(齒理)’라는 뜻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이는 이(齒)가 많은 사람이란 의미로 연장자 또는 지혜자라는 뜻으로 쓰였다. 아버지인 남해차차웅이 죽은 뒤에 왕위를 물려받았는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당시 유리이사금이 누이의 남편이자 대보(大輔)인 석탈해(昔脫解)에게 왕위를 양보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석탈해가 덕이 많고 지혜로운 사람은 이가 많다며 떡을 깨물어 잇금<齒理>을 시험해보자고 하여 이가 많은 유리이사금이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라의 왕을 가리키는 이사금이라는 왕호도 이 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한 국가의 지도자를 뽑을 때, 건강 상태의 척도로 치아의 개수를 따지기도 했다. 오늘날도 사정은 비슷하다. 초고령사회를 향해가는 이 때, 건강의 척도로서 치아와 그 주위의 구강 건강 상태를 살피는 중요성도 더해 가고 있다.

성인의 구강내 치아수는 위 아래 합쳐 제3 대구치(사랑니)를 제외하면 28개이다. 영구치는 대략 만 6세 전후부터 맹출되기 시작하며 유치가 모두 빠지고 영구치열이 완성되는 시기는 대략 만 12세 경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남녀 평균 수명이 여자는 90세 남자는 87세를 바라보고 있으니 80년 이상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할 치아를 건강하게 잘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치아 상실의 주된 원인은 치아 우식증과 치주질환 등을 들 수 있다. 필자가 30년쯤 전 학교 구강검진을 해 보면 학생 한 명당 치아 우식증으로 인해 치료해야 할 치아 수가 평균 서너개씩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청소년들의 구강내에서 심한 치아 우식증으로 치료해야 할 치아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다. 꾸준한 학교 예방 치과 치료와 조기 치료 시스템의 도움으로 치아 우식증으로 인한 치아 상실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 음주와 흡연 등 기타 외부 환경에 의해 다시금 치아 상실의 수가 증가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장년층과 노년층에서의 치아 상실의 원인은 치주 질환에 의한 상실이 대부분일 것이다. 치주질환의 원인이 되는 치아 표면에 쌓이는 치태와 치석의 적절한 제거가 제 때 이뤄지지 않아서 이로 인해 치아를 둘러싸는 치조골의 흡수와 치은의 염증반응으로 인해 지지를 받지 못해서 결국 치아를 상실하게 된다. 특히 구치부의 상실로 인한 저작기능의 저하는 소화기능의 장애를 유발해 전신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치주 질환을 유발하는 입안 세균은 혈관을 타고 가 온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혈관벽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하며 혈전을 생성해 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지게 되고 혈관 염증은 심장이나 뇌에 생기면 심장병, 뇌졸중, 치매 등 중증질환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건강에 치명적인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크게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스켈링(치석 제거술)을 통한 치태나 치석 제거를 통해 건강한 구강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흔히 약물치료를 통해 치주질환을 치료하기를 바라지만 치주질환은 그 원인이 되는 치태나 치석의 제거를 통해서만 완치가 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치과를 내원해(6개월에서 1년에 1회) 치석 제거술을 받기를 권한다. 성인은 1년에 1회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해 나간다면 건강한 구강상태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각종 구강 예방 치료 프로그램 등도 적절히 받으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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