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생각은 학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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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생각은 학습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10.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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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생각은 학습된다. 행동도 학습된다. 학습된 생각과 행동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학습된 습관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인간의 삶을 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식 체계를 조정하면 된다. 우리는 문제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내면화된 인지구조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지구조를 조정하면 그다음 단계부터 우리는 스스로 움직인다. 한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방법은 스스로 자기의 삶을 통제하도록 인지구조를 제어하는 것이다.

생각의 기저가 되는 인지구조는 사회적 가치의 영향을 받는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일을 판단하는 근거로 여기는 사회적 가치…, 실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실재적 실체가 내면화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내면화되는 가치들은 우리를 움직인다. 그러나 그러는 순간에도 우리는 자신이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유로운 상태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내면화 기구 중 하나가 학교이다. 학교는 가시적인 폭력과 착취보다 더 막강한 힘으로 의식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다. 학교는 수동적인 태도를 지니도록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내면화시켜 왔다. 그리고 우리는 평균적인 인간으로 양성되었다. 그러나 학교는 바뀌고 있다. 더는 정해진 가치를 정답으로만 요구하지 않는다. 판단의 근거를 되짚어 사회적 가치를 재조정할 수 있게 한다. 가장 영향력이 있는 내면화 기구 중 하나가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생각하는 사람을 기르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토론은 생각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토론은 나와 너를 넘어서서 더불어 생각하는 방법이다. 토론을 위해서는 읽고 생각하고, 쓰고 생각하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토론을 통해 당연하게 인식할 수 있는 문제에 의문을 품는다.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기대하던 문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자기의 경험과 사고 과정을 자기 언어로 이해하고 방법을 찾는다.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치열한 소통과정을 거쳐 합의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는다. 자기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을 어떻게 좁혀 나갈 수 있는지 생각한다. 우리는 비로소 생각하는 연습을 한다.

한국 사회도 변하고 있다. 침묵을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생각을 펼치고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지식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 더 이상 특별한 권리를 누릴 수 없다. 달라진 사회는 우리에게도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학교는 생각하는 연습을 학습하는 곳이 되고 있다. 우리의 문제에 대해 우리 자신이 주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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