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울산공업축제의 부활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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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울산공업축제의 부활을 기대하며
  • 경상일보
  • 승인 2022.10.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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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울산 시민이라면 일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공업탑 로터리를 지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공업탑은 우리 시가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울산공업센터가 만들어진 1962년으로부터 5년 뒤인 1967년에 울산의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잠시 신호를 기다리는 중 우뚝 솟은 공업탑을 바라보면서 우리 울산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로터리의 한가운데 세워진 공업탑에는 ‘울산공업센터 지정 선언문’이 새겨져 있고, 그와 별개로 ‘기념탑 건립 취지문’도 있다. 취지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생각되어 건립 취지문을 이번 기회에 여러분과 함께 되새겨보고자 한다. 전문(全文)은 다음과 같다.

‘아시아·태평양 시대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동해 바다의 검푸른 물결을 바라보면서 조국 근대화의 고동소리도 우렁차게 메아리치는 이 고장 울산! 공업입국에 앞장선 지도 어느덧 여섯 해가 되었습니다. 한 줌의 흙, 한 그루 나무에도 신라 천년의 슬기로운 역사가 담겨있는 이 터전에 맥을 잡고 삽을 내리니, 숙명처럼 되풀이해온 나라와 겨레의 가난과 슬픔은 새 역사와 더불어 윤택의 기쁨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쁨과 자랑을 길이 기념하고 보다 더 알찬 앞날을 다지기 위하여 겨레의 승리와 번영을 상징하는 기념탑을 세우고, 선언문과 치사문을 수록하여 땀 흘려 이룩한 민족 중흥의 교훈을 길이 후세에 전하고자 합니다.’

위 취지문은 60년 뒤 우리가 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것을 예상했던 것일까?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개발도상국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작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공식적인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 모든 국민이 노력한 결과겠지만 취지문처럼 우리 울산 시민이야말로 경제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울산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업탑이 건립된 해인 1967년은 산업현장과 시민을 격려하고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울산공업축제’가 처음으로 열린 해이기도 하다. ‘울산공업축제’는 시민 모두의 축제였다는 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축제의 서막에 해당하는 퍼레이드에서 현대중공업의 모형 선박과 현대자동차의 모형 차량이 행진하고 삼양사 등 지역 기업들은 설탕 등을 시민에게 나누어 주며 한껏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나면 울산 전역에서 백일장, 사생대회 등 문화·예술행사와 더불어 씨름을 비롯한 각종 체육대회에 기업이나 읍면동을 대표하는 선수가 참여하여 기량을 겨루고 응원전을 펼치며 시민이 하나로 뭉치는 뜻깊은 축제였다. 경주 등 인근 도시에서 축제를 보러 오기도 했다.

‘울산공업축제’는 1989년 ‘시민대축제’로 명칭이 변경돼 명맥을 유지하다 1991년 ‘처용문화제’로 개편되면서 폐지됐다. 하지만 ‘울산공업축제’의 기억과 추억을 잊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축제의 부활을 요구해왔다.

‘공업축제’ 부활에 대한 요구가 단순히 향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는 울산의 정체성은 물론, 울산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공업탑 건립 취지문이 이를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하게 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울산 시민의 노력과 땀으로 이루어낸 결실이며, 앞으로 이루어나갈 경제성장의 주역도 바로 우리 울산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민과 근로자 그리고 기업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하나로 결속할 수 있는 행사가 바로 ‘울산공업축제’이다.

다만, 옛 공업축제의 단순 부활보다는 우리 시의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지역 대표 축제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과거의 축제를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는 만큼 온고지신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공업축제’ 부활은 과거로의 회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잊고 있었던 우리 지역의 정체성과 긍지를 다시 확인하고, 미래를 향한 약진을 위해 내부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계기라는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울산공업축제’의 부활이 지역은 물론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을 격려하는 한편, 전국 그리고 전 세계에 울산을 알리고 국내외에서 울산을 찾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고,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을 향해 나아가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김기환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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