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청바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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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청바지 이야기
  • 경상일보
  • 승인 2022.10.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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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자연스레 흥얼거리게 되는 계절, 가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주말이면 야외에서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산을 타려 등산복을 입는 경우도 있지만, 산이든 바다이든 시내이든 모두 어울리는 것을 든다면 적어도 하의로는 청바지 곧 블루진이 넘버원이 될 것이다. 필자도 주말이면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우연히 며칠 전 대학생 때 사진을 몇 장 펼쳐보았는데 그 사진에서도 바지는 줄곧 청바지였다.

최근에 MZ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Y2K(세기말)’ 패션이 부활했다는 기사가 많이 있었다. 그 영향인지 패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필자가 보아도, 청바지는 피부에 달라붙는 스키니 진은 이젠 보기 드물고 젊은 여성 대부분은 통이 넓은 와이드 청바지를 입는 것 같다. 조금은 차이가 있지만, 패션은 돌고 돌아 과거에 유행했던 통 넓은 바지가 다시 유행인 것이다.

주로 젊음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에서 청바지는 비교적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즐겨 입는 옷이다. 파란색의 이 질긴 하의, 청바지는 과연 어떻게 해서 탄생한 것일까? 청바지의 최초 발명자를 정하는 것은 사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대식 청바지의 발명가는 천막용 천의 생산업자였던 미국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청바지 특허권자이기도 했던 독일 출신 이민자인 그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브랜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850년대 미국의 서부는 한마디로 황금을 캐고자 하는 사람들의 천막촌이었고 그에 따라 천막의 수요도 엄청났었다. 천막 천 생산자인 스트라우스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군납 알선업자의 제의로 준비한 막대한 양의 천막 천 납품이 취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궁지에 처한 스트라우스는 문득 이 천으로 광부들이 입는 튼튼한 작업복 바지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 제품은 광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비록 천의 재질은 현재의 것과 차이가 있으나 이것이 우리가 아는 미국식 청바지의 탄생이다. 이후 스트라우스는 옷감으로 데님(denim)을 사용하고, 파란색으로 염색했으며, 재단사인 제이콥 데이비스와의 동업으로 리벳도 장착하게 되었다. 이후 청바지는 일반인들에게도 보급돼 전 세계적인 패션의 아이콘이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청바지를 빼면 패션을 논할 수 없는 세상임이 명백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58년 처음 개봉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주인공 제임스 딘이 청바지에 가죽점퍼를 입고 출연한 이래 청바지는 반항적인 젊은이를 상징하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한 때 청바지는 깡패들의 패션이었다가, 1970년대 들어 양희은 등 통기타 가수들의 등장으로 청바지는 청춘 패션의 대세가 되었다. 1980년대에는 교복 자율화와 함께 죠다쉬, 뱅뱅 등이 히트를 치고, 1990년대에 와서 닉스, 트롬 같은 고가 청바지가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으며, 2000년대에는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 스키니 진이 오랫동안 유행했다.

청바지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발명품으로 유명하다. 사실 많은 발명품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다. 우연히 뚝딱 만들어진 경우는 드물다. 청바지 또한 시초부터 판로가 막힌 천막 천의 활용 즉, 위기의 극복과 금속 리벳의 장착, 데님으로의 재질변경 등 수많은 노력이 가해져서 오늘날의 청바지로 완성된 것이다. 사실 아직도 청바지는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를 혁신과 실용의 상징으로 보았다. 자유와 평등, 기득권에 대한 도전 등의 의미도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의미로 인해 정치계에서도 청바지가 많이 활용된다. 초선의원이 청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단하거나, 일단의 정치인들이 보수의 혁신을 표방하고자 청바지를 입고 나서기도 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가을과 청바지는 아무런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렇지만 가을이 되면 청바지를 구입하고 또 입고 싶어지는 것은 왜일까? 혁신과 도전의 마음을 다잡고자 청바지를 입고 나서기보다는, 대부분은 아마 조금 두툼하고 편한 옷을 입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느슨한 마음의 반영이 아닐까?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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