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이 교육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정부는 내국세 증가와 학생 수 감소, 고등 평생교육 수요 확대를 근거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및 교원단체들은 유초중등 교육의 질을 높이고 완전한 국가책임 교육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을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예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재원으로,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운영하는 것은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교육여건을 형평화해 지방교육자치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내국세와 연동된 교부금은 경기변동에 크게 좌우되므로 향후 지방교육재정여건이 지속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학생 수 감소와 재정 효율성을 내세워 교육교부금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초중고 교육예산을 줄이는 것은 근시안적 경제 논리다.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교육재정 지출의 기본 단위는 학생이 아닌 학급이다. 그러므로 학생 수가 아닌 학급 및 학교, 교원 수를 기준으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학생 수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지만 지출은 학급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재정 수요는 감소하지 않는다. 신도시 개발에 따라 오히려 학교 신설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불균등한 학생 수 분포로 여전히 과밀학급이 존재한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교육 재정 감소 효과는 크지 않으며 미래교육을 위한 새로운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므로 내국세 교부율을 높이거나 최소한 현재 수준의 교부율을 유지해야 한다. 오히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금이야말로 선진 교육환경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학급 규모 적정화를 통해 학급 내 인원을 교육선진국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강의 중심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수준과 특성을 파악하고 개발화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학생 참여 중심 교육으로 도약을 준비할 수 있다.
그간 지방교육재정 세출 중 인건비 등 경상비 지출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학교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적극적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기존 학교 건물의 내진 설계 보강, 석면 제거 등 학생 안전보장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과 융합형 선진교실 구축,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전환 및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에 따른 교원 확충, 특수, 사서, 보건, 영양교사의 법정 비율 확보 등 미래를 대비한 교육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새 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온종일 학교나 저녁 돌봄, 방과후학교 예산, 유아교육·보육 통합사업에도 막대한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초중등교육에 투입할 재정을 빼서 고등교육에 투입한다는 발상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고식지계(姑息之計)일 뿐이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지계(百年之計)다. 국가가 국민 교육에 책무성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올바른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백년지계의 교육정책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탄탄하고 지속적인 교육재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 해소와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국가의 책무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교육재정의 확보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의 필수적 요소이자 의무교육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아울러 ‘교육받을 권리’는 투입과 산출의 경제 논리를 뛰어넘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이다. 어떠한 정치적, 경제적 논리도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교육 본연의 입장에서 교육의 백년대계를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중차대한 시기인 만큼 우리 교육의 성장과 행복한 미래를 위한 교육정책, 교육재정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필요하다.
고식지계와 백년대계의 기로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황희선 화봉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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