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맘 때면 감나무에 감이 그림처럼 익는다. 그 중에는 단감과 떨감이 있는데 단감은 진영 단감처럼 그 종자가 원래부터 단(甘) 감이다. 이에 반해 떨감은 우리나라의 재래종으로 그 맛이 몹씨 떫다. 떨감은 맛이 떫다고 해서 삽시(澁枾)라고 부르기도 한다. 떨감은 하도 떫어서 소금물에 담가서 떫은 맛을 없애기도 하는데, 이를 침시(沈枾)라고 한다.
떨감은 땡감이라고도 부른다. ‘땡’이라는 접두어는 ‘독하다’ ‘덜 익었다’는 뜻이다. ‘땡’자가 들어간 단어로는 땡벌, 땡감, 땡볕, 땡초, 땡중 등이 있다. 우리나라 감은 대부분 떨감이었다. 땡감은 10월께나 돼야 비로소 홍시로 변하는데 그 맛이 단감보다 더 달고 맛있다. 그러나 땡감이 홍시로 변할 때까지는 길고도 지루한 시간이었다.

여름 땡볕/ 옳게 이기는 놈일수록/ 떫다/ 떫은 놈일수록/ 가을 햇살 푸짐한 날에/ 단맛 그득 품을 수 있다./ 떫은 놈일수록/ 벌레에 강하다/ 비바람 이길 수 있다./ 덜 떫은 놈일수록/ 홍시로 가지 못한다/ 아, 둘러보아도 둘러보아도/ 이 여름 땡볕 세월에/ 땡감처럼 단단한 놈들은 없다/ 떫은 놈들이 없다. ‘땡감’ 전문(이재무)
단감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서 다 나지만 가장 유명한 생산지는 역시 진영이다. 진영은 단감이 처음으로 재배됐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진영 역장을 지낸 일본인 요코자와씨가 진영 아가씨와 결혼한 뒤 1927년 진영읍 신용리 일대에 단감묘목 100그루를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시범 재배가 성공한 후 지금은 재배면적이 1660㏊에 달한다.
甘(달 감)자는 ‘달다’ ‘맛좋다’ ‘만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甘자는 口(입 구)자에 획을 하나 그어 입안에 음식이 들어가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듯 진영은 단감으로 인해 맛 있는 동네가 됐다.
단감 마른 꼭지는/ 단감의 배꼽이다./ 단감 꼭지 떨어진 자리는/ 수만 봄이 머물고/ 왈칵, 우주가 쏟아져 들어온 흔적./ 배꼽은 돌아갈 길을 잠근다./ 퇴로가 없다./ 이 길은 금계랍 덧칠한 어매의 젖보다/ 쓰고/ 멀고 험하다./ 상처가 본디 꽃이 진/ 자리인 것을. ‘단감’ 전문(장석주)
예로부터 잘 익은 감을 ‘금의옥액(金衣玉液)’이라고 표현했다. ‘비단옷을 입고 있는 귀한 액체’라는 뜻이다. 코발트색 가을 하늘에 터질 듯한 빨간 감이 꽃처럼 피어나는 계절이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