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칼보다 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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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칼보다 강하다고
  • 경상일보
  • 승인 2022.10.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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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산업구조를 근대화하고 자립경제의 확립을 촉진시키기 위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한 것이 1962년이다. 식량자급, 공업구조 고도화의 기틀 마련, 7억불 수출 달성, 국제수지 개선 기반의 획기적인 확립, 고용 증대, 인구팽창 억제, 국민소득의 획기적인 증대, 과학 및 경영기술의 진흥 및 인적자원의 배양을 중점과제로 삼았다. 딱 60년 전이니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환갑을 맞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YS정권까지 7차 35년을 이어오다가 막을 내렸다. 수출은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이고 그 모든 정책이 지금도 거의 그대로다. 다만 60년 만에 달라진 것은 인구 정책이다. 둘만 낳아도 삼천리가 초만원이라며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더랬다.

그러던 것이 소원대로 되고 말았다. 해방된 지 80년을 바라보니 머리털이 빠지는 노인들처럼 사람들이 쏙쏙 빠진 마을은 대머리처럼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좋을까? 어쩌면 아들 딸 낳고 키울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잘 살겠는가 말이다. 경제개발이 속속 진행되어가고 공장을 지어 돌릴 때 가짜 파동이 일어났다. 가짜 석유, 가짜 밀가루, 가짜 라면 사건이 있었고 가짜를 진짜라고 속여 파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항간에 ‘진짜가?’ 하고 묻는 일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이어서 ‘짝퉁’이라는 말이 자리 잡았다.

12일 세계한인언론인협회가 서울에서 ‘재외동포언론, 팬데믹 언론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정보왜곡과 재외동포언론의 역할을 논의하는 포럼을 열었다. 실은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완수 교수는 2018년, 언론중재위원회가 발행하는 <미디어와 인격권>에서 ‘가짜뉴스(fake news)란 무엇인가? - 가짜뉴스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다차원적 논의’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가 성립되기 위한 개념적 조건으로 정보의 허위성, 의도성, 형식성이 있다. △가짜뉴스의 규제는 표현의 자유권 차원에서 최소화되어야 한다. △가짜뉴스는 정파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이라는 정치사회적 토양 위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가짜뉴스는 확증 편향성, 부정적 편향성, 그리고 동조화 폭포현상과 같은 심리적 기제를 통해 집단 극단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저널리즘,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 저널리즘 교육 및 훈련 핸드북>을 발간했는데 이 자료는 디지털 시대에 저널리즘에 종사하거나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료이자 매우 중요한 지침이다.

저널리즘(Journalism)은 뉴스를 취재해 대중에게 보도하는 행위를 말하며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저널리스트(언론인)이고 미디어는 주로 신문과 방송이다. 취재한 자료를 가공(加工)해 뉴스(정보)를 독자나 시청자들에 제공하는 것이니 미디어는 정보시스템이다. 정보시스템은 기본적으로 4가지 윤리를 준수해야 한다. 우선 사생활(Privacy) 보호다. 그 다음은 제공하는 뉴스나 정보의 정확성이다. 신속한 보도를 한다고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실 정확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것과 부주의로 인한 것이 있다. 사과나 정정보도를 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배상의 책임이 있다. 세 번째는 지적재산 보호다. 남의 기사나 보도를 허가 없이 복사해 쓰지 않는 것이다. 인용을 할 때 그 출처를 밝혀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네 번째는 가용성이다. 일반적인 보도자료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해야 하며 특히 신체적으로 불리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저널리스트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지만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인도 개인적인 선호가 있겠지만 보도는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정치나 종교, 인종, 성별 등에 편향하면 안 된다. 취재원의 의심스러운 주장이나 보도할 자료에 대해서는 조직 내부에서 사실(fact)을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 오타 하나가 숫자인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유튜브나 SNS를 이용하는 유사저널리즘은 얼마나 정확할까? 언론이 어느 누구도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언론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펜의 힘이 칼 보다 더 강하다고 펜으로 죽이고 살릴 일은 아니잖은가?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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