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나 커서 무얼 하면 좋을까?” 어리게만 보였던 딸아이가 어느새 이런 질문을 한다. 순간 생각이 복잡해진다. 직업 특성상 세상일을 많이 겪고 많은 사람을 만나기에 더 현명한 답을 해줄 수 있으리라 스스로 기대했지만, 딸아이의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아빠도 고민해볼게. 어렵네.” 뭔가 의문의 1패를 기록한 것 같다. 딸아이의 질문은 짧았지만, 필자에게는 많은 생각들이 다가왔다. ‘딸아이가 어른이 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구가 줄어들고 그나마 남은 인구도 서울로 집중된다는데 울산에서 살게 해도 될까?’ ‘한국이 지금처럼 부유할 수 있을까?’ ‘그래도 전문직이 좋겠지?’ ‘AI가 발전하는데 전문직이라고 지금 같을까?’ ‘기후변화와 식량난 진영싸움은 지금보다 더 할텐데’…. 딸아이에게 답을 해주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어지는 질문이 끝이 없다.
돌이켜 보면 필자도 스스로 바라던 삶으로 살아온 건 아닌 것 같다. 어린 시절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이 명예로워 보여 군인이 되고 싶었고, 청소년기에는 세계를 누비며 조국의 대외업무를 위해 헌신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었으며, 대학생 때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사람들을 바르게 이끄는 종교인이 되고 싶었고,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어차피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자본의 흐름을 잘 아는 금융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각 단계 꿈을 이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은 엉뚱하게도 ‘변호사’라는 전혀 다른 삶으로 필자를 인도했다. 변호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한 지금의 치열한 노력은 나의 남은 삶을 또 다른 곳으로 인도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고 보면 참 알 수 없는 것이 삶인 것 같다. 나름 고집이 있는데도 이런 기복을 거친 것을 보면 새삼 뜻대로 되지 않고 변화가 많은 것이 세상일 임을 알게 된다. 스스로에게 던져진 질문과 지난 삶을 돌아보니 딸아이에게 내가 바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변화’에 있음을 알았다. 현재 시점에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판단이 가능하지만, 10년 뒤 나아가 20년 뒤의 세상에 대해서 알 수 없고,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알기에 조언이 어려웠던 것이다.
나도 변화하고 세상도 변화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이해’와 변화의 ‘방향성’ 그리고 변화에 대한 나의 ‘태도’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세상의 흐름과 일어나는 현상을 경험하고 연구해 알지 못하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적응과 혁신의 기회를 잃고 수동적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변화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 스스로도 나쁘게 변화할 수 있고, 세상도 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변화의 방향성이 제대로 된다면 개인은 나날이 인품과 능력과 역량이 발전할 것이고 세상은 살기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대해 수동적으로 끌려갈 것인지 변화를 이해하고 좋은 방향성으로 노력을 더하여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관한 ‘태도’도 중요하다. 무슨 직업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방향성’을 갖고 있으며 능동적으로 혁신하고 노력하는 것이 본질이며, 이에 따라 직업도 바뀔 수 있고 일도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해와 방향성 그리고 노력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과 사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 울산의 미래도 ‘지금 울산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울산이 변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변화 속에서 방향성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맞는 혁신과 능동적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울산이 하는 ‘일’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금은 자동차 화학 중공업 등이 중심이지만, 그 변화 속에서 교육 문화 금융이 중심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울산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많은 고민과 연구가 여러 주체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 논의에서 ‘변화’는 절대 놓치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되는 중요한 화두이다. 변화를 모르거나 두려워하면 방향을 잃게 될 것이나, 변화를 알고 방향을 잡고 혁신하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다시 딸아이가 내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렴’이라는 말보다는 ‘변화를 알고 이해하며 그 속에서 방향을 잡고 혁신해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 되렴’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울산도 ‘산업도시 울산’을 넘어서 ‘방향성 있는 변화를 즐기는 혁신 울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