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근자에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대기업 3~5곳과 S·K·Y·서강대 등 주요대학 및 특목고를 세트로 묶어 지방으로 보내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주무장관이므로 지나가듯 던져 본 화두가 아닌 나름의 무게가 있는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현가능성이 아예 없다.
그 이유로는 첫째,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은 전국적인 문제인데 어느 특정지방을 지정하여 이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둘째, 대기업과 대학들이 수도권에 있는 이유는 경쟁력 때문인데 이를 포기하고 지방으로 이전할 만큼의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대기업과 대학 그리고 특목고는 하청업체처럼 수직적으로 연계된 관계가 아닌데 일련의 세트로 묶을 수 없다. 넷째, 대학의 구성원들인 교수와 직원들 그리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3월 대선 때 여야가 모두 울산에 종합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6월의 지방선거에서 김두겸 시장후보 역시 종합대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지난 5월 울산지역 정책과제 대국민보고회 자료에 의하면 2022년부터 2028년까지 6년간 총사업비 4000억원으로 국립종합대학을 울산에 이전 유치하겠다고 명문화했다. 울산 인근의 국립 종합대학교 중에 어느 것도 이전 유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이상민 장관이 제안한 것처럼 서울의 유수한 대학교가 이전해 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 선택은 2가지인 바, 공약을 취소하거나 다른 실현가능한 대안이 필요하다.
울산에 국립종합대학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로는 첫째, ‘국립종합대학교’가 없는 유일한 광역시이며 둘째, 지역 고교의 졸업생 수는 1만3000명(2020년 기준)인데 대학 입학정원은 6000명이므로 7000명이 진학을 위해 타지로 나간다는 것이다.
국립대학교 유치를 위해 1992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3년간 전시민적 운동을 전개하였다. 끈질긴 노력 끝에 국립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즉 유니스트(UNIST)가 2009년 3월에 개교하게 됐다. 하지만 2015년에 교육부 소속의 국립대학에서 과기부 소속의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됐다. 부산과 경남에도 없는 과학원을 울산이 가지게 된 것은 큰 자랑거리이지만 울산은 다시 국립대학이 없는 원점으로 되돌아 가게 됐다.
대학교육 외에도 재교육, 평생교육, 각종 법정교육 등의 교육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울산의 교육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데 교육비용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 운영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늘어나는 각종 교육수요를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디지털 교육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또한 효율적이다. 젊은 인구의 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울산의 존망이 걸린 인재양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그렇다고 현실적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발상을 전환하여 디지털 플랫폼 교육모델을 제안한다.
미래교육모델의 상징인 미네르바대학의 가장 큰 특징을 ‘강의가 없다’는 것과 디지털 플랫폼기반의 자기주도적 지식응용 중심의 교육이다. 한전공대와 태재대학 등 국내 대학들이 부분적으로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신임 이주호 장관은 ‘AI 보조교사 등 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교육에서도 디지털 변혁을 만들어야 한다’는 ‘High Tech-High Touch’ 주창자이다. 울산에서 미래교육의 혁신을 시도해 볼 절호의 기회이다.
임진혁 유니스트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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